|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식품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하와 할인 확대에 나서며 물가 안정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고환율과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와 정책 리스크를 의식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대한제분은 다음달 1일부터 밀가루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한다. 정부의 물가 안정화 시책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다.
가격 인하 대상은 업소용과 가정용 제품을 모두 포함했다. 업소에 공급되는 곰표고급제면용(호주산), 곰(중력1등), 코끼리(강력1등) 20kg 대포장 제품과 함께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3kg·2.5kg·1kg 소포장 제품도 포함됐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최근 대미 관세 협상 등 대외 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점차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식품업계 전반의 분위기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하에 나선 기업이 있는 반면, 일부 대형 식품사들은 가격 인상 대신 할인 행사 확대나 가격 동결로 대응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설 명절을 맞아 주요 유통 채널에서 할인 행사를 강화했다. 명절 기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부담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 10곳에서 순차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40여개 브랜드의 160여개 품목이 대상이다.
가나, 빼빼로, 자일리톨, 카스타드, 꼬깔콘 등 대표 브랜드를 비롯해 제로(ZERO), 조이(JOEE), 이지프로틴 등 신성장 브랜드도 포함됐다. 유통 채널별로 가격 할인과 ‘2+1’ 행사 등 다양한 방식의 프로모션이 진행되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추가 할인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측은 “원재료값과 인건비, 환율 등 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설 명절을 맞아 대표 맥주 브랜드 ‘테라’를 중심으로 초저가 한정 제품과 마트 할인 행사를 병행하며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추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식품업계 전반의 긴장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탕은 제과·제빵·음료·가공식품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인 만큼, 부담금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원가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시그널 속에서 당장 가격 인상보다는 인하·할인·동결 등 보수적인 가격 전략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명절을 전후로 가격을 올릴 경우 정부와 여론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 명절을 전후로는 가격 정책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 시선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라며 “원가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보다는 인하·할인·동결로 버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 부담금 등 정책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전반이 가격 전략을 더욱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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