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기록, 전원 여성 작가가 이름을 올린 제49회 이상문학상.
지난 27일, 다산북스가 제49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공개했습니다. 올해는 상이 출범한 1977년 이래 처음으로 전원 여성 작가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는데요. 대상은 위수정 작가의 단편소설 ‘눈과 돌멩이‘가 차지했습니다. 이번 심사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발표된 중·단편소설 약 200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17편이 본심에 올라 최종 수상작이 가려졌습니다.
우수상은 김혜진(‘관종들’), 성혜령(‘대부호’), 이민진(‘겨울의 윤리’), 정이현(‘실패담 크루’), 함윤이(‘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눈과 돌멩이‘는 암 투병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진’의 유골을 들고 일본으로 향한 두 친구가 눈 덮인 삼나무 숲에서 작별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도록 고요한 설경이 펼쳐지는 동안 남겨진 이들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한 사람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고, 그 순간 애도의 의미는 서서히 다른 결로 바뀌기 시작하죠. 작품은 선명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끝까지 삶과 관계의 모호함을 견뎌내는 길을 택합니다. 작가는 ‘눈’처럼 사라지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손에 쥘 수 있는 ‘돌멩이’가 곧 글쓰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죠.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죽은 자가 산 자의 여행을 기획하고 산 자가 죽은 자와의 약속을 기꺼이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경과 그 속에 감춰진 아득한 진실을 향해 독자를 빠져들게 하는 수작”이라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2017년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으로 등단한 위수정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신만의 서사를 단단히 구축해 온 소설가입니다. 이후 소설집 ‘은의 세계’, ‘우리에게 없는 밤’과 중편소설 ‘fin’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김유정문학상과 한국일보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스스로 “본능이나 욕망,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오래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힌 만큼, 그의 소설은 선악이나 결론으로 봉합되지 않는 감정의 균열을 정교한 문장으로 붙들며 구체적인 설명보다 여백으로 독자를 설득하죠.
이상문학상은 1977년, 요절한 작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문학사상사(월간 ‘문학사상’)가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매년 국내에서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하고, 수상작과 본심 후보작을 함께 엮은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출간하며 동시대 한국 소설의 흐름을 성실히 기록해왔죠. 오랫동안 문학사상사가 운영해 오던 이 상은 2024년부터 다산북스가 주관을 이어받았고 지난해 열린 제48회가 첫 시상이었습니다. 올해 제49회는 두 번째 시상으로, 다산북스는 새로운 운영 체제 아래서 문학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죠.
올해 한국 문학의 흐름을 밀도 있게 담아낸 2026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