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안경으로 몰래 촬영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됐고, 온라인에서 괴롭힘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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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안경으로 몰래 촬영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됐고, 온라인에서 괴롭힘당했습니다'

BBC News 코리아 2026-01-29 17:00: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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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라는 붉은 기가 도는 긴 머리를 하고 있다
BBC
딜라라는 자신이 스마트 안경으로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런던의 한 매장에서 일하던 딜라라는 점심시간에 한 키 큰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고 했다.

"빨간 머리는 방금 마음이 크게 다쳤다는 뜻이라던데요."

그렇게 대화를 시작한 그 남성은 두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대화를 이어갔고, 딜라라의 연락처를 물었다.

하지만 딜라라가 알지 못했던 것은 그 남성이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자신을 몰래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안경은 일반 안경처럼 보이지만, 작은 카메라가 내장돼 있어 영상을 찍을 수 있다.

해당 영상은 이후 틱톡에 게시됐고, 조회수 130만 회를 기록했다. 딜라라(21)는 BBC에 "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몰래 촬영한 영상 수십 개를 틱톡에 올려온 인물이었다.

딜라라는 영상 속에 자신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고, 이후 수많은 메시지와 전화에 시달리게 됐다.

영상: 딜라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라고 당시를 설명했고, 킴은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킴(56)은 지난해 여름 잉글랜드 남부에 위치한 웨스트서식스(West Sussex)의 한 해변에서 스마트 선글라스를 착용한 다른 남성에게 몰래 촬영됐다. 그는 킴의 비키니를 칭찬하며 말을 걸었고, 어디에 사는지 물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교환하자고 했다.

56세의 킴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화 도중 직장과 가족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했다.

이 남성은 이후 데이트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두 개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고, 해당 영상은 틱톡에서 조회수 690만 회, 인스타그램에서는 1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빠르게 얻었다.

BBC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유사한 짧은 영상 수백 개를 확인했다. 수십 명의 남성 인플루언서들이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조언한다며 올린 영상들이었고, 대부분 메타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비밀리에 촬영된 것으로 보였다.

킴의 영상을 올린 남성을 포함한 많은 인플루언서는 상담과 조언을 제공하며 수익을 얻고 있었다.

이 사안을 취재하게 된 계기는 "레스터 스퀘어에서 귀여운 금발 여성 꼬시기(Picking up Cute Blonde in Leicester Square)"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접하면서였다. 기자인 내가 몰래 촬영된 장면을 발견했고, 조사해 보니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딜라라와 킴을 포함해 영국·미국·호주에 사는 총 7명의 여성이 BBC에 동일한 피해를 털어놓았다. 이들 모두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된 사실을 알게 된 뒤, 이용당했다고 느꼈고 정신적 괴로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이미 허워스 사생활(privacy) 전문 변호사는 현재 영국에는 공개 장소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률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장소라는 이유로 촬영과 온라인 게시가 무조건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딜라라는 처음 틱톡에 문제를 신고했을 때, 검토 결과 위반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BBC가 접촉한 이후 틱톡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괴롭힘과 혐오 행위"에 관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영상은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킴은 영상을 올린 남성에게 자신의 직장과 사생활 정보가 담긴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

영국의 여성 인권 단체인 '여성 폭력 근절(EVAW: End Violence Against Women)' 연합의 레베카 히첸은 "스마트 안경 제조사들이 여성의 안전과 복지보다 이윤을 우선시하고 있다"라며 "안전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영상들이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이 규정하는 불법 콘텐츠 범주에 명확히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딜라라는 다음 날 친구가 영상을 보내주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킴은 파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BBC
스마트 선글라스를 쓴 남성은 해변에 있던 킴에게 접근했다

킴과 딜라라는 이런 방식의 촬영이 명백한 "침해"였다고 말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킴은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막을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성적 대상화하고, 또 그걸 이용해 돈을 벌 권리는 없어요."

BBC는 킴과 딜라라를 촬영한 두 남성에게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레이밴 메타 AI 안경을 사용했으며, 딜라라에게 접근한 남성은 투명 렌즈 안경을, 킴에게 말을 건 남성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러한 스마트 안경은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200만 개가 판매됐다.

메타는 BBC에 자사 안경에는 사진 혹은 비디오를 촬영할 때 켜지는 LED 불빛이 있어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설계돼 있으며 빛을 가리는 시도를 탐지하는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BBC는 해당 빛을 가리거나 완전히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여러 영상을 온라인에서 확인했다.

BBC와 인터뷰한 킴과 딜라라, 그리고 다른 여성 누구도 안경이 촬영 중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어떠한 불빛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워스는 "메타 AI 안경은 보통 촬영 시 흰색 불빛이 켜지는데, 만약 이 안경으로 촬영됐다면 해당 프라이버시 기능이 충분한지, 더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라고 말했다.

제스 필립스 영국 내무부 여성 안전 담당 장관은 BBC에 보낸 입장문에서 "여성과 소녀를 은밀히 촬영하는 것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이며, 우리는 누구도 이를 통해 이익을 얻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쏟아지는 전화

영상 속에서 전화번호가 노출된 이후, 딜라라는 몇 주 동안 "끊임없는"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렸고, 때로는 밤 중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고, 무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네가 얼마나 바보인지 아니? 후회돼? 얼마나 쉬워 보였는지 알아?"

딜라라는 해당 영상의 첫 멘트를 그대로 따라 하며 접근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묻는 남성들이 직장에 찾아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딜라라를 촬영한 남성은 틱톡 외에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메신저 플랫폼 디스코드에서 조언과 영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틱톡은 딜라라의 영상을 삭제한 뒤 BBC에 "괴롭힘과 혐오 관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를 삭제했으며, 일부 콘텐츠는 추천 피드에서 제외했다"라고 밝혔다.

또 개인 정보가 포함돼 스토킹이나 신원 도용, 사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으며, 프라이버시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희 엄마 바이럴 됐어'

킴은 새벽 5시,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영상에 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너희 엄마가 바이럴(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단기간에 큰 주목을 받는 현상) 됐다"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아들이 엄마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지난해 여름 웨스트 위터링 해변에서 촬영된 이후, 킴은 남성들로부터 수천 건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중 일부는 성적인 내용이었다.

"'알몸 사진을 보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혹은 '온리팬스(OnlyFans) 계정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온리팬스는 사진 혹은 영상 등 콘텐츠를 올리고, 구독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유료로 보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메시지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킴은 "조회수가 너무 많아서" 영상 삭제를 요청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킴은 실내에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으며 긴 금발 머리에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BBC
킴은 해당 영상들이 잔인하고 착취적이라고 말했다

킴은 영상에서 직업 이야기를 한 부분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거부당했을 때 "완전히 무시당한 기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저는 그저 하나의 상품, 고깃덩이처럼 취급받았어요."

이런 영상을 만드는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여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코칭과 상담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콘텐츠가 충분한 인기를 얻으면, 틱톡의 크리에이터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허워스는 공공장소에서 촬영하는 행위 자체는 범죄가 아닐 수 있지만, 그 행위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이는 사적 공간뿐 아니라 공공장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제이미 허워스는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를 한 채 어두운 배경 앞에 서 있다
BBC
제이미 허워스 법무법인 페인 힉스 비치 사생활 전문 변호사는 동의 없이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촬영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법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베아트리즈 키라 서식스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여성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법률이 모두 따라잡기는 어렵다며 영국 내 새로운 기술과 온라인 규제에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베카 히첸은 틱톡과 같은 기술 기업들이 "사전적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콤(Ofcom)이 제시한 여성·소녀 대상 폭력 관련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준수돼야 하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BC와 인터뷰한 여성들은 몰래 촬영되고, 그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된 이후 사람들을 쉽게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킴은 "저는 그냥 친절하게 행동했을 뿐"이었지만, "이제 그 신뢰가 깨져버린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 온라인 채팅이나 게임 중 성적인 행위를 권유 또는 강요받거나 불법촬영 및 유포 협박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당해 도움이 필요하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 https://d4u.stop.go.kr), 여성긴급전화(☎1366, 지역번호 + 1366)에 연락하면 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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