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오픈AI와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보급형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하며 생성형 AI 서비스도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고성능 모델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해온 양사는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해 가격 문턱을 낮춘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I 경쟁이 기술 우위 확보 단계를 넘어 이용 규모를 선점하는 ‘대중화 경쟁’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양사의 요금 인하 행보는 기존 유료 서비스 전반에도 가격 조정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생성형 AI 시장 주도권 경쟁이 성능 중심에서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고가 요금 내놓던 AI 기업, 자금난에 저가 요금까지
오픈AI는 지난 16일 일부 국가에서만 제공하던 저가 요금제 ‘챗GPT 고’를 전 세계로 확대 출시하고 미국에서는 무료·저가 요금제 이용 계정에 광고를 도입했다. 구글 역시 작 9월 인도와 베트남 등 40여개국에 선보였던 저가 요금제 ‘AI 플러스’를 70여개국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기존 월 2만원대 후반 수준이던 GPT와 제미나이를 1만원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구글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 2개월간 5500원에 AI 플러스를 제공하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용 AI 서비스의 주요 수익원이 구독료인 상황에서 시장 선두 기업들이 동시에 저가 전략에 나선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가 요금제를 앞세우던 AI 기업들이 동시에 요금제를 세분화하며 보급형 상품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는 2024년 12월 월 200달러(29만원)의 ‘챗GPT 프로’를 출시했고 구글은 고급 추론 모델과 영상 생성 기능을 묶은 249.99달러(36만원)짜리 ‘AI 울트라 요금제’를 선보였다.
xAI도 월 300달러의 ‘수퍼그록 헤비’, 퍼플렉시티는 200달러의 ‘퍼플렉시티 맥스’를 내놓으며 고가 시장을 공략했다. 업계는 AI 기업들이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저가 상품을 내놓는 건 이용자 폭을 넓히는 이중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가격이 급등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과 막대한 인프라 투자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무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구조로는 AI 챗봇 운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AI는 차세대 모델 개발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재무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챗GPT-5 개발과 추론 비용 증가로 올해 약 170억달러의 현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용자 수는 폭증했지만 유료 구독자는 전체의 4~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제미나이 고도화와 함께 클라우드 용량을 결합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격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다만 오픈AI의 광고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이메일, 사진첩 등 자사 생태계 데이터를 연동한 개인화 기능을 강화해 제미나이의 실용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저렴한 요금제로 챗GPT 이용자를 흡수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 선두 기업들의 가격 조정, 생태계도 압박?
업계에서는 저가 요금제를 통한 유료 전환 장벽 완화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생성형 AI 생태계 주도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이 가입자 성장 둔화 국면에서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도입해 신규 이용자 유입과 광고 매출 확대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티빙은 웨이브, 디즈니플러스와의 번들 요금제를 출시하며 가입자 수를 크게 늘렸다.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챗봇 AI를 보유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통3사를 중심으로 AI 서비스와 결합한 요금제가 확산되고 있다. SKT, KT, LG유플러스는 해외 AI 기업과 협력한 구독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자체 AI 서비스도 무료 모델에서 유료 전환을 추진하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SKT의 AI 서비스 ‘에이닷’은 올해 상반기 유료 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는 이통3사의 번들 요금제를 중심으로 AI 구독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 1인이 보유한 구독 서비스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통신 요금과 연계된 AI 구독이 주요 유통 채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서비스는 당분간 번들 전략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두 기업들의 가격 인하와 광고 도입이 생태계 전반의 수익 구조를 흔들 수 있다”며 “AI 산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이용자 확보 경쟁과 수익화 모델 설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