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마방진 20주년 기념 '칼로막베스'…내달 16년 만에 공연
고선웅 감독 "세월 흘러도 주제의식 여전…연극, 세상과 관계 맺어야"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김준수는 국립창극단 간판으로서 TV 예능, 뮤지컬 등에서도 활약하며 '국악계 아이돌'로 불린 소리꾼이다.
올해 초 국립창극단을 그만둔 그는 '칼로막베스'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다.
'칼로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재창작한 무협극으로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이 연출과 극작을 맡아 2010년 초연한 작품이다. 마방진은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27일부터 3월 1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16년 만에 '칼로막베스'를 공연한다.
김준수는 2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나며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연극에 항상 도전하고 싶었지만, 부담감과 어려움이 있던 와중에 고선웅 연출님이 제안해주셨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칼로막베스'는 막베스가 욕망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다. 김준수는 배우 원경식과 함께 막베스를 파멸로 이끄는 욕망의 화신 '막베스 처(妻)'를 연기한다. 원작에서 여성인 캐릭터를 남성 배우가 맡는 것이다.
김준수는 다시 한번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창극 '살로메', '패왕별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여성 역을 맡았다.
그는 "김준수가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가 새로운 게 더 있을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고선웅 연출님의 작품을 보면 특별하고 묘한 매력이 존재했고 감동을 한 적도 있었다. 제안받았을 때 여성 캐릭터였지만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준수는 "여성 캐릭터들은 각자 성격이 달라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다"며 "'칼로막베스'에서 김준수의 대단한 모습보다는 앞으로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관객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고선웅 예술감독은 16년 만에 '칼로막베스'를 공연하는 이유에 관해 "욕망을 부추겨서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인데,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주제 의식"이라며 "(16년 전) 공연을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해서, 마방진 20주년을 맞아 조금 더 많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연 때 제기되던 지적을 수용해 작품을 새롭게 구성했다. 무협극인 '칼로막베스'는 현란한 무술에 고선웅 작품 특유의 빠르고 리듬감 있는 대사가 결합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빠른 속도감에 대사 등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 감독은 "그런 원망과 불평이 없도록 이번에는 대사를 정확히 해서 맥락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아직 선명하진 않은데 소통이 잘 되는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초연에 이어 막베스 역을 맡은 배우 김호산은 "특유의 마방진식 화법과 슬랩스틱 코미디, 유머, 액션을 버무려 지루할 틈이 없다"며 "지금까지 보신 '맥베스'와 달리 스타일리시한 '칼로막베스'를 경험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방진은 20주년을 기념해 올해 '칼로막베스' 외에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레퍼토리 연극을 다시 선보인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비튼 '리어왕외전'을 오는 3월에, 1930년대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홍도'를 4∼6월에 각각 공연한다. 비극 '낙타상자'와 가족극 '토끼전'도 무대에 올린다.
고 감독의 신작도 두 편 선보인다.
공유 오피스에서 벌어진 투신 사건을 소재로 한 '투신'을 오는 11월 마포아트센터에서 초연한다. 타인의 고통을 방관하는 현대 사회의 서늘한 민낯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마포문화재단과 공동 제작한다.
12월에는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찻집'을 초연한다. 중국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40여 명의 배우가 출연해 격변하는 역사 속 인간 군상을 그릴 예정이다.
고 감독은 현시대에 기반한 작품들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극은 어쩔 수 없이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시대상과 인간의 여러 편린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신'은 (타인과) 동떨어진 채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것을 경계하는 작품"이라며 "'찻집'은 로봇이 수박을 깨고 이단옆차기를 하는 시대에, 사람은 어떻게 존재하고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투신'을 공동 제작하는 마포문화재단의 고영근 대표이사는 "마방진이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창작 집단과 고선웅 연출이라는 분명한 작가적 세계를 가진 예술가가 만나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한국 연극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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