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국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K-뷰티 쇼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K드라마와 K팝 가수들의 뽀얗고 모공 없는 피부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상징화되면서 K-뷰티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의약 화장품과 피부 관리용 제품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약국으로 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한국의 미용 산업과 일상화된 자기관리 문화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인식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부 관리 제품이 필수 쇼핑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약국은 'K-약국 투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샤오홍슈 등 SNS에서는 한국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을 다른 연고나 화장품과 함께 사용해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koreanpharmacy(한국 약국)' 해시태그는 1000건 이상, '#약국화장품'은 2만건 이상 등록되어 있으며, 유튜브와 샤오홍슈에서는 'Korean Pharmacy Must Buy(한국에서 꼭 사야 할 약국템)'라는 제목의 추천 영상이 조회수 3만 회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한국 약국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에서 피부과 시술 후 관리용으로 좋다"며 호평을 남겼다. 일부는 한 번에 여러 제품을 구매한 사진을 올리며 '약국 쇼핑'을 인증하기도 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 크림', '여드름 스팟 패치' 등 이미 한국인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제품들이었다. 약사들에 따르면 인종별 선호 제품이 다르다고 한다. 동양인은 여드름과 관련된 제품을 주로 찾는 반면 서양인은 피부 건조와 기미, 주름 등 노화 관련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한다. 특히 동아제약의 '노스카나', '애크논', '멜리토닝' 등 피부 외용제 3종의 매출은 2022년 상반기 184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355억원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약국에서 파는 제품들의 인기가 외국인에게까지 확산되자 주요 제약사들은 약국 전용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센텔리안24'로 큰 인기를 끌었던 동국제약은 약국 전문 브랜드 '마데카파마시아'를, 일양약품은 '닥터 프리메틱'이라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선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약국 소비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2023년 상반기 2233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8896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 기준으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다. 이는 K뷰티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피부 관리 제품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비자코리아가 분석한 방한 외국인 소비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1년간 면세점과 백화점 등 전통적인 쇼핑 채널의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의료·헬스케어 업종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났다. 특히 약국과 드럭스토어 매출은 63% 급증하면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약국에서 화장품을 구매해 본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 약국 화장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콩에서 온 제시카 첸(Jessia·28·여)은 "홍콩에서는 스팟 패치를 이렇게 저렴하게 구할 수 없다"며 "한국 제품은 위에 화장을 해도 티가 잘 나지 않아 좋다.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을 방문하고 여드름 스팟 패치를 여러 장씩 구매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오카에 씨(37·여)는 "일본에도 재생에 좋다고 알려진 연고가 있지만 요즘엔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없다"며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저렴하면서 효과는 더 좋고 사용감도 좋다고 느끼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한국 제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한국 여행 온 김에 넉넉하게 구매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 약국은 단순한 쇼핑 장소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K뷰티를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국 화장품의 인기가 여성들의 일반적인 피부 고민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피부과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약국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은 일반 뷰티 스토어 제품과 달리 전문적인 피부과 약을 사용하는 듯한 신뢰감을 소비자에게 준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러한 인기를 더욱 확대하려면 기존처럼 약사와 직접 상담하며 구매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올리브영처럼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판매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약국 화장품의 인기는 현재보다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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