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인도서 열릴 크리켓월드컵 경기 장소 변경 요구했지만 기각돼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손현규 특파원 = 2024년 대학생 시위를 유혈 진압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인도로 도주한 이후 송환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양국이 최근 들어서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상대국의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방글라데시는 인도에서 열릴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인도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자국 외교관들의 가족을 철수시키려 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 주관 기관인 국제크리켓위원회(ICC)는 방글라데시 크리켓협회(BCB)의 경기장 변경 요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ICC 이사회는 전날 회의 후 성명을 통해 "인도에 있는 대회 개최지 어디에서도 방글라데시 선수, 언론인, 관계자 등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안 평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사회 회의에는 아미눌 이슬람 BCB 회장도 참석했다.
ICC는 대회 보안과 관련한 정보를 방글라데시 측과 공유했으며 경기장을 변경하면 다른 국가 대표팀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덧붙였다.
ICC가 방글라데시팀의 경기 장소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BCB는 조만간 대회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만약 불참하면 현재 랭킹(순위)에 따라 스코틀랜드팀이 대신 참가한다고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크릭인포는 전했다.
앞서 BCB는 자국 대표팀이 다음 달 7일부터 한 달 동안 인도에서 열릴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인도 콜카타와 뭄바이에서 치를 예정인 예선 조별리그 4경기를 공동 개최국인 스리랑카에서 치를 수 있게 해 달라고 ICC에 요청했다.
BCB는 "(크리켓) 대표팀 안전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권고를 고려해 대표팀이 인도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BCB는 자국 선수가 인디언 프리미어 리그(IPL) 소속 인도 팀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방출됐다며 이 리그 중계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반면 인도는 내달 총선을 앞두고 사회 불안이 커졌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에서 자국 외교관의 가족들을 철수시키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인도 방송 NDTV에 "방글라데시의 안보 상황을 고려한 사전 조치로 대사관 등 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가족들에게 인도로 귀국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식통들은 방글라데시에 있는 모든 인도 재외공관의 업무는 평소처럼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외교관 가족 철수는 엄중한 안보 조치 가운데 하나로, 보통 주재국 상황이 불안하거나 위험할 때 이뤄진다고 NDTV는 짚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대사관을, 남동부 차토그람과 남서부 쿨나 등지에도 공관을 두고 있다.
2024년 대학생 시위를 유혈 진압한 하시나 전 총리가 인도로 도주한 뒤 양국은 송환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인도는 하시나 전 총리를 인계하라는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난달에는 당시 대학생 시위를 이끈 지도자가 암살됐고, 방글라데시 국적의 용의자 2명이 인도로 달아나면서 양국 관계는 더 불안해졌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 다카 법원에서 열린 궐석 재판에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2024년에 3주 동안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대 1천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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