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속도내는 정부…'공공 vs 민간' 운용주체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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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속도내는 정부…'공공 vs 민간' 운용주체 놓고 고심

이데일리 2026-01-22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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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시대를 앞두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잠자고 있는 퇴직연금 규모가 큰 탓에 이를 국민연금처럼 한곳에 모아 굴리면 지금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중요한 자산인 만큼 노사정이 기금화에 대한 공감대는 마련했지만, 이를 도입할 경우 기금화 운영 효율성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다음주 1차 합의문 목표…‘DC형 기금화’ 방향

21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주도하고 있는 ‘퇴직연금 노사정 TF’는 내주 1차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TF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내놓는 성과다. 합의문에는 노사정이 최근 공감대를 형성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수익률을 위해 노사정이 모두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할 필요성에 일정 부분 합의하면서 우선 1차 관문은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퇴직연금 기금화 도입은 낮은 수익률로 인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이자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만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평균 수명도 길어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미래 노후에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9%포인트(p) 증가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환산 수익률은 2.86%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8.76%에 달했다.

현재 퇴직연금은 기업별로 금융사와 계약해 근로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하는 구조다. 크게 △회사가 운용하고 퇴직 시 확정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으로 나뉜다. TF는 기금화를 도입할 경우 DC형을 택한 직장인들의 개별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하나의 대형 기금으로 묶어 특정 기관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틀을 잡고 있다. 가령 반도체 회사에서 DC형을 택한 직장인 A씨가 기존 DC형처럼 자신이 직접 펀드를 사고팔면서 퇴직연금을 운용할지, 아니면 별도의 기관에 맡겨 자신의 퇴직연금을 대신 운용하도록 할지 선택하는 식이다.

퇴직연금을 운용할 ‘별도 기관’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선 대표적으로 3가지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대기업이 ‘비영리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국민연금공단도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한정애 의원안) △국민연금과 유사한 ‘퇴직연금공단’을 고용노동부 산하에 신설하는 방식(박홍배 의원안) △‘퇴직연금기금전문운용사’를 만들어 고용노동부가 지정해 퇴직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방식(안도걸 의원안) 등이다. TF는 이달 내 합의문에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고, 추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에서 운용 주체를 비롯한 세부 방식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 기금화 효율성 고민…“많은 선택지 열어둬야”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기금화할 경우 실제 높은 수익률을 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했다. 기금화를 실현해 국민연금 수준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개별 퇴직연금이 그만큼 많이 모여야 하는데 가입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투자도 좀 크게 해야 수익이 좋은 것들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기관이 운용을 맡는 자금 규모도 커야 한다”며 “개인들이 개별 기관에 맡기는 비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DC형을 선택하는 직장인은 직접 돈을 굴리려는 의지가 높은데, 이들이 과연 별도 기관에 운용을 맡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DC형을 선택해서 퇴직연금을 직접 굴리면 특정 펀드에 투자하는데, 별도 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펀드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이라며 “기금화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반드시 높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많은 문을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중도인출 가능 여부, 사업주의 반발 등도 변수로 작용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퇴직금을 연금 형식보다는 ‘일시불’로 받는 비율도 높아 이를 강제할 경우 근로자의 반발이 클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규모는 1년 전과 비교해 4.3% 증가했다. 중도인출 사유로는 주택구입이 56.5%로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 “영세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가입을 안 하고 있는 곳도 많은데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면) 기업 경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막상 법을 만들어서 이들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면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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