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10' 진입 한국 작품 210편…K-콘텐츠 세계화·사전제작 정착 기여
제작비 상승·IP 독점 등 그림자…"리스크는 감당, 성과는 업계와 나눌 것"
시리즈·영화·예능 등 올해 신작 공개…"신인 창작자에 기회의 문 열것"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부사장(VP)은 21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해 변함없는 장기 투자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리스크는 넷플릭스가 감당하겠다"며 "그 성과는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 투자를 통해 업계 모든 파트너와 함께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올해 라인업에는 '스캔들', '원더풀스', '동궁' 등 화제의 시리즈와 영화 '가능한 사랑', 예능 '흑백요리사3', '솔로지옥5' 등 다양한 작품들이 포진했다.
◇ 한국 상륙 10년…K-콘텐츠 날았지만 독과점 우려도
올해 넷플릭스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에 상륙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K-콘텐츠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최초의 한국 시리즈인 '킹덤'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오징어 게임'으로 32주 연속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톱10 진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2021년부터 집계한 글로벌 톱10에 지난 5년간 이름을 올린 한국 작품만 210편이 넘는다.
또한 넷플릭스가 '100%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쪽대본이 사라지고, 충분한 후반작업을 거쳐 콘텐츠를 공개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강동한 VP는 "지난 2016년 누군가가 이 자리에 서서 10년 후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이 되고, 매주 전 세계 톱10 리스트를 점령하며, 글로벌 시상식을 휩쓸 것이라고 얘기했다면 다들 꿈같은 이야기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2026년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모두 현실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커진 영향력만큼 더 큰 책임감으로 장기적인 산업 구조와 창작 환경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지속적 파트너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콘텐츠 업계에는 그림자도 존재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3년 한국 콘텐츠에 향후 4년간 3조3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OTT의 막대한 자본력은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등 대작 시리즈 제작의 기폭제가 됐으나, 동시에 국내 드라마 평균 제작비를 수배 이상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계의 무게추도 극장에서 OTT로 급격히 기울었다. '사냥의 시간', '승리호', '콜'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면서 전통적인 극장 생태계는 붕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4년간의 투자 마지막 해인 올해, 넷플릭스가 곧 한국 콘텐츠 투자를 줄인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미 상향 평준화된 K-콘텐츠 업계에 악재가 닥쳤다는 우려도 커졌다.
강 VP는 구체적인 투자 액수는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예능, 시리즈할 것 없이 다양한 장르에 꾸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첫 진출 이후 넷플릭스는 한시도 멈추지 않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지속해 왔고, 앞으로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로 인한 산업적 부작용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로 인해 한국이 자칫 '글로벌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산업 평론가인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지 못하면 한국 미디어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토종 플랫폼의 체력을 키우고, 업계는 연대를 통해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강 VP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외에도 다양한 형식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사가 IP를 갖고 있는 라이선스 방식의 계약이 오리지널 제작보다 100배는 더 많다"며 "'오징어게임'과 같은 전례없는 성공을 거둔 오리지널 작품들 역시 충분한 예우와 도리를 다해 보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손예진 '스캔들'·최민식 첫 OTT…화려한 시리즈 라인업
이날 넷플릭스는 올해 선보일 다양한 기대작도 소개했다.
지난 16일 새해 첫 시리즈로 공개된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환혼', '호텔 델루나', '최고의 사랑' 등을 탄생시킨 홍자매 작가와 '붉은 단심'을 만든 유영은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공개 첫주부터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다.
다음 달 13일 공개 예정인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박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다뤘다.
블랙핑크 지수와 서인국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으는 '월간남친'도 올해 1분기 공개된다.
현실 생활에 지친 웹툰 PD 서미래(지수)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애를 구독하고 체험해보는 로맨틱 코미디다. 서인국은 극 중 미래의 직장 동료이자 라이벌 웹툰 PD 박경남 역을 연기한다.
2분기에 공개되는 '원더풀스'는 종말론이 득세하던 1999년, 뜻밖의 사건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 동네 허당들이 해성시의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어드벤처물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연출을, '극한직업'을 각색한 허다중 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며, 박은빈, 차은우, 최대훈, 임성재, 김해숙, 손현주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스캔들'도 3분기 중 공개될 예정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극과 판타지, 스릴러를 엮은 시리즈 '동궁' 역시 3분기 주요 기대작이다. 귀신을 칼로 베어 죽이는 능력을 지닌 구천(남주혁)과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궁녀 생강(노윤서)이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친다.
또 '우리들의 블루스'를 쓴 노희경 작가의 신작인 '천천히 강렬하게' 역시 송혜교, 공유, 김설현, 차승원, 이하늬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작으로 꼽힌다.
야만과 폭력이 판치던 1960∼80년대 한국 연예계를 배경으로, 가진 건 없지만 빛나는 성공을 꿈꾸며 온몸을 던졌던 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이 작품은 4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최민식의 첫 넷플릭스 진출작인 '맨 끝줄 소년'도 2분기에 공개된다.
동명 스페인 희곡이 원작인 이 작품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이창동·전도연의 '가능한 사랑' 등 영화도 다채
영화 라인업 중 단연 기대작은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자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의기투합한 '가능한 사랑'이다.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두 부부의 세계가 얽히며 네 사람의 일상에 균열이 퍼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4분기에 선보일 이 작품은 영화 '밀양' 이후 19년 만에 재회한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은다.
2분기 작품인 '남편들'에서는 영화 '극한직업'의 진선규와 공명이 다시 만났다. 범죄 조직에게 납치당한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얼떨결에 힘을 합친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현남편 민석(공명)의 예측불허 작전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아울러 3분기에는 전직 특수요원 출신 강무(황정민)와 에이스 형사 미선(염정아) 부부가 함께 작전에 뛰어드는 액션 코미디 영화 '크로스'가 시즌2로 돌아온다.
◇ '흑백요리사3'부터 나영석 예능까지 '풍성'
시리즈와 영화에 이어 예능까지 보폭을 넓힌 넷플릭스는 올해도 다양한 오리지널 예능을 선보인다.
지난 20일 첫 공개된 '솔로지옥5'는 시즌1부터 전 시즌이 비영어 쇼 글로벌 톱10에 오른 흥행불패 예능으로, 이번 시즌에서 역대 최다 인원이 출연한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시리즈도 4분기 중 시즌3를 내놓는다. 시즌3는 개인전이 아닌 4인 1조 식당 대결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선보인다.
아울러 국민 MC 유재석이 운영하는 캠프를 그린 '유재석 캠프'는 2분기에, 기안84가 운영하는 민박 예능 '대환장 기안장' 시즌2는 3분기에 공개한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도 준비됐다. '이서진의 달라달라'는 이서진과 나영석 PD의 미국 방랑기를 다룬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에서는 카더가든, 데이식스 도운 등 4인방이 생애 최초로 한겨울 설산 대장정에 나선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콘텐츠 발굴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강 VP는 "지난해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최고의 라인업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올해도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신인 창작자에 대한 기회의 문도 활짝 열 것이다.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또 찾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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