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는 꽃을 일상으로 돌려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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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는 꽃을 일상으로 돌려놓는 일

이슈메이커 2026-01-21 14:31:39 신고

[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플로리스트는 꽃을 일상으로 돌려놓는 일


꽃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허락되는 선택지로 남아 있다. 축하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 혹은 마음을 표현해야 할 때에야 비로소 찾게 되는 물건이다. 일상 속에서 꽃을 고르는 일은 아직 낯설고, 때로는 망설임을 동반한다. 프라간시아 플라워 황윤아 대표는 이 오래된 인식이 꽃을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꽃이 예쁘다는 감정보다 ‘비싸다’, ‘시들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현실 속에서, 그는 꽃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일상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지 질문을 던져왔다. 프라간시아라는 이름에 ‘향기’라는 뜻을 담은 이유도 그 질문과 맞닿아 있다. 꽃을 보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감각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시작은 언제나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플로리스트로서 황윤아 대표의 출발은 단순했다. 무작정 꽃이 좋았다. 특별한 계기나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학원을 다녔고, 그렇게 시간을 나누어 쓰는 생활을 오래 지속했다. 언젠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된다면 반드시 ‘프라간시아’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겠다는 생각 역시 그 시절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약 12년 전 떠올린 이름이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빠른 시작이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구로 내려와 꽃집을 연 뒤, 매장을 운영한 시간은 어느덧 8년이 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오프라인 매장은 문을 연 지 불과 15일 만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변수를 맞았다. 졸업 시즌을 겨냥해 문을 열었지만, 곧바로 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고 약 6개월간 사실상 멈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꽃과 식물은 계절을 따라 움직이지만, 그 시기만큼은 계절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는 회상한다. 매장을 유지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던 시간이었고,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무겁게 남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프라간시아 플라워의 문을 닫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꽃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초심이었다. 비싸고 부담스러운 물건이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들러 고를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완성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계절에 맞는 식물과 화분, 다양한 소재의 꽃 상품을 함께 준비하며 선택의 폭을 넓혀왔다. 꽃을 사는 일이 큰 결심이 아니라, 장을 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을 건네는 사람
프라간시아 플라워에는 단골이 많다. 꽃집에 단골이 있다는 사실을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떠올린다. 자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입학과 졸업,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이어지는 성장의 과정, 생일과 기념일처럼 반복되는 시간들까지 손님들의 삶은 이 매장을 중심으로 겹쳐진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온라인 단골 역시 적지 않다.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 꽃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은 황 대표에게 이 일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그는 ‘기쁨이 먼저 오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 계절 앞서 꽃과 식물을 만나며 변화의 신호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고,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생명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일은 체력과 시간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새벽 일찍 시장과 농원을 돌며 꽃과 식물을 사입하고, 그에 맞는 화분을 고르고 식재를 하며, 냉장고를 정리하는 일까지 하루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버틸 수 없는 직업이라는 그의 말에는 현장의 현실이 담겨 있다.
2월, 황 대표가 추천하는 꽃은 프리지아다. 새 출발을 의미하는 이 꽃은 은은한 향이 오래 남고, 산뜻한 색감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예고한다. 긴 계절을 지나 새로운 시기를 준비하는 2월이라는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부담 없이 다가가지만 기억에는 오래 남는 존재라는 점에서 프라간시아 플라워가 지향하는 방향과 닮아 있다. 황윤아 대표는 플로리스트를 단순히 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의 기쁨과 슬픔, 애잔함까지 함께 담아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프라간시아 플라워는 오늘도 그런 감정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계절을 앞서 준비하는 일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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