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 수식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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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 수식어

문화매거진 2026-01-21 12:45:05 신고

[문화매거진=MIA 작가] 2025년 10월 16일, 나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작업물 하나를 업로드했다. 북페어를 앞두고 급히 제작한 리소그래프 엽서 한 장이었다. 피드를 게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너무 예뻐요.”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가?” 마음에 바로 떠오른 날것의 생각이었다.

▲ 'Les nuages ​​n'expliquent pas' 엽서, 리소프린팅, 100*150mm, MIA
▲ 'Les nuages ​​n'expliquent pas' 엽서, 리소프린팅, 100*150mm, MIA


이 엽서는 아티스트북 ‘나는, 이제 Ça va’에 수록된 내지 한 페이지를 엽서 크기로 다시 편집한 것이다. 책을 만들 땐 회색 1도로 인쇄했었지만 엽서는 형광 핑크색과 금색 두 가지 색을 섞어 분위기도 다르게 바꿔 보았다.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단순한 의도에서 제작한 이미지였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결과물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만큼 좋다고 말해질 작업인지에 대해 나는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사실을, 댓글을 보고 깨달았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데에서 비롯한 후회나 실패했다는 자책도 아니다. 단지 이 작업은 끝까지 밀어붙일 필요가 없는 종류였다는 점에서 무미건조한 감정이 앞섰을지 모른다. 관조하는 듯한 이런 태도는 어쩌면 작가가 마땅히 가져야 할 적당한 거리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늘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돌아보면 오프라인 현장에서 작업에 감응하는 독자들을 만날 때 나도 덩달아 확신에 차 떠든 적이 많다. 어떤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드는지 반문하듯 묻고 공감하며 즐거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과장된 태도로 보이진 않았을지 우려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그 순간의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원체 나는 일부러 작업을 겸손하게 보여주려 애쓰는 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글을 쓰다 보니 ‘겸손’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와 관련된 어떤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몇 년 전, 어느 갤러리에서 그룹전 오프닝을 앞두고 갤러리 대표님으로부터 ‘겸손하게 작업을 소개하지 말라’라는 요청을 받은 적 있다. 그때는 그 말이 꽤 새롭게 느껴졌다. 아마도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불필요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기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지금, 그래서 과연 적당한 온도로 내 그림을 정확히 바라보는 방법은 무엇일지 다시금 고민 중이다.

고백하자면 엽서 제작을 마치고 몇 달 뒤, 어느 사진작가의 작업에서 내가 그린 구도와 비슷한 풍경을 보았을 때 비로소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는 확신하지 못했던 주제나 결과였지만 비슷한 레퍼런스를 마주하고 나서야 당당해진 기분을 누릴 수 있었다. 정확히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결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진폭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외부의 기준에 기대서야 비로소 안심하는 상태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 예술이란 완성되기 전까지, 혹은 현현되기 전까지, 또는 공개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전까지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적어도 작가 스스로 작업을 바라보기 위한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내 그림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무엇일까. 그것이 반드시 하나로 고정될 필요는 없겠지만, 의심으로 시작하거나 불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내가 들인 시간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쌓아온 과정만큼은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예쁘다는 말 앞에서 되묻지 않아도 되는 상태. 아직은 낯설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기를, 내 그림에 붙이는 말 또한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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