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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전남)=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앞둔 한국 관광산업에서 ‘바다’가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살린 관광과 레저, 문화를 아우르는 확장 전략을 펴기 위한 산업의 재설계, 규제와 운영 구조의 재정비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 관광 발전과 미래 전략 정책세미나’는 해양관광의 의미를 조명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해양관광을 관람의 대상이 아닌, 체류와 소비를 유도하는 융합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해양관광은 그 중요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연안 관광은 연간 3조 3000억 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1억 명 이상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관광이 레저, 도시 개발,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 이벤트 등을 묶는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면 시장 내 비중과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해양레저 수요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체류 일수와 지역 소비 전환율 등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항만과 해안 자원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지만, 관광과 레저, 문화 콘텐츠를 하나의 동선으로 엮는 운영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 남해안을 중심으로 국가 해양관광의 핵심 거점을 육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정부가 통영과 포항, 여수에 진행 중인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약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지역에 마리나와 해양레저 시설, 숙박·상업공간, 문화 기능을 집약해 지속가능한 해양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진재영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과장은 “올해는 기본계획 수립 단계로 지방정부와 지역 전문가, 주민,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라며 “레저·예술·리조트·먹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합해 지속 가능한 해양관광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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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크루즈 관광도 해양관광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여수는 올해만 약 20척의 외국 크루즈 입항이 예정된 상태다. 이날 전문가들은 “효과를 높이려면 항만과 도심을 잇는 교통망, 야간 관광 프로그램, 지역 축제 연계 등을 통해 체류형 관광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잡하고 산재된 정책 추진 체계는 해양관광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해양관광은 현재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부처와 기관이 얽혀 있는 상태다. 관련 업계에선 마리나 운영·크루즈 기항·해양레저 기구 운항·항만 활용 등 규제가 산재해 하나의 상품으로 통합하기 어렵다는 하소연과 불만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처 간 역할 조정과 협업 체계 구축이 향후 해양관광 활성화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창환 동서대학교 교수는 “수상 레저 규제나 해양 교통안전 관련 규제들이 해양 관광 사업에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며 “규제개혁과 함께 글로벌 기준에 맞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세계적 해양 레저 관광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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