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5.16 쿠데타 때 만든 정당법에 묶여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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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5.16 쿠데타 때 만든 정당법에 묶여있어야 하나

프레시안 2026-01-20 18:58:14 신고

"AI와 데이터 센터 운영 등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하니 원자력 발전소를 짓자"

"그래? 그럼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서울에다가 짓자"

"그래 그러자"

이런 대화가 가능할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다. 시골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발전된 전기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사용한다. 그러면 당신은 촌에서 살 건가? 도시에서 살 건가? 대부분의 사람은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예로 들었지만 이런 식의 불공정한 인적, 물적 자원의 선택과 집중은 지금 지역소멸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일단 정당법, 선거법, 지방자치법 등 정치관계법들을 바꿔 다양한 목소리들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지금 거대양당은 그럴 의지가 없다. 그 양당의 자기장 안에 있는 소수당들은 그런 개혁을 할 힘이 없다.

지역소멸 부추기는 정치관계법들

현재 정당법은 중앙당을 서울에 두도록 해(3조) 권력의 중앙, 즉 서울 집중을 제도화하고,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도록 하고(17조), 각 시도당이 1000인 이상의 당원을 갖도록 함으로써(18조) 헌법이 보장한 결사와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전국정당' 조항이라고 불리는 이들 조항의 연원은 무려 64년 전이다. 5.16쿠데타 이후 1962년에 처음 제정된 정당법이 그 기원이다. '소수 정당의 난립 방지'와 '전국적 규모를 갖춘 근대적 정당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군사독재정권의 논리가 60여 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 경제는 1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64년 전 법체계로 4류를 벗어나겠다는 발상이 오히려 어불성설로 보일 정도다. 이 전국정당 조항은 특히 인구가 적은 지역이나 특정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주권자들에게는 사실상 '창당 금지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또는 중앙의 편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막을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국민청원, 기자회견, 토론회, 시위, 집회, 농성, 투쟁 등 주권자로서 할 수 있는 권력(?)행사는 거대 양당 또는 중앙권력의 시혜를 받지 않고는 그 뜻을 이룰 수가 없다. 이런 지역 주민의 주권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주권을 찾아 서울로 가는 것은 아닐까?

구걸하는 주권자가 아닌 당당하게 주권자의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나는 '직접민주 지역자치당'을 여러 동지들과 창당하고 있다. 창당을 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현재 법 규정을 따라 창당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경기, 대구, 부산, 서울, 충북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하며 창당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어려움에 부딪힌다. 바로 이중당적 문제다.

내가 살고 있는 가평군처럼 과소화, 초고령화 된 지역의 경우 정치적 또는 공익적 열정 갖고 있으면서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거대 양당의 정치망에 걸리지 않은 천연기념물급 활동가를 찾기 어렵다. 우리 정당법은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42조 2항)라고 이중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55조)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중당적 금지는 일견 당연한 제재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니 이렇게 법규로 이중당적을 금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는 국가 법률이 아닌 '당헌'이나 '당규'로 이를 제한할 뿐이다. 영국의 노동당과 협동조합당의 경우는 서로 연대 관계에 있어서 이중당적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기도 한다. 이중당적을 법규로 금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64년의 고색창연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62년 5.16쿠데타 정권이 처음 정당법을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19조 2항에서 42조 2항으로 조항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단어 하나 바뀌지 않고 유지됐다.

지역주민의 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5.16쿠데타 정당법

어떤 이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 정책을 선호해도,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일 수 있다. 복지 문제에 보수적인 사람이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진보적일 수 있다. 이렇듯 사안별로 진보, 보수의 가치관을 갖고 사는 것이 현대인의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사안별로 지지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 정당에 가입하고 싶지만 우리 정당법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대 보수의 극단적 대결 정치 또는 제대로 된 진보, 보수의 토론 부재는 예견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닐까?

국가적 이슈에 있어서도 문제이지만 중앙과 지역의 이해관계가 다를 때는 더욱 문제다. 앞서 살펴봤듯 우리 정당 시스템은 중앙당 중심의 전국정당이다. 중앙당에서 결정하면 지역은 들러리, 거수기가 돼야 한다. 만약 내 지역의 문제가 중앙당의 문제의식과 다를 경우, 나는 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당에 가입할 방법이 없다. 정 필요하면 중앙당을 탈당하고 지역당에 가입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우리 법은 지역당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역시 또 질문이 생긴다. 이런 지역에 사는 주민의 주권은 어디에 있을까? 주권을 찾아 서울 여의도로 가야 하는가? 다양한 가치관을 정치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정당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이것을 어겼을 경우 법으로 단죄하는 상황에서 현대의 다원화된 사회를 포용할 정치가 가능할까?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국가가 과잉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5.16쿠데타 세력이 전국의 정치세력을 중앙에서 장악하기 위해 만든 법조항이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제6공화국이 들어서고, 촛불혁명, 빛의 혁명으로 이제 국민주권시대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법조항을 바꾸지 않는 것이 내 눈에는 현재의 거대 양당과 중앙 권력이 그 내면에 독재자들과 같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국민주권시대에도 남아있는 5.16쿠데타의 잔재

전국정당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있었다. 2023. 9. 26 전국정당 관련 판결에서 위헌 판단(위헌 5, 합헌 4)이 많았으나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 1명이 부족해 합헌(기각) 판결이 났다.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당시 위헌 판단을 한 재판관들의 의견문이 그나마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재판관 김기영, 이미선은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설립의 자유와 헌법 제8조 제4항의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정당의 설립, 조직,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가장 강력한 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관 유남석, 문형배, 정정미는 "지역정당의 출현으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의 문제는 정당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든 정치참여가 가능하고 지방자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추고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정당활동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거대 양당에 의하여 정치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전국정당 조항은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치영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고,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배제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며 "전국정당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2022.03.31)

이중당적과 관련한 헌재 판결은 전원일치 합헌이었다. 재판관들은 합헌의 이유로 '정당의 정체성 보호', '민주적 경선 절차 왜곡 방지'와 '침해의 최소성' 즉 '입당, 탈당, 재입당이 자유롭고 일반인에게 개방된 다른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다른 방법이 충분히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취지를 인정한다고 해도 내게는 '이것을 국가가 법으로 규정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정치적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세태가 정치를 대결적 구도로 만들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법의 칼날 앞에서 소통은 단절되고, 소통이 단절된 사회의 정치가 1류가 될 수는 없다. 헌재의 판결에서 국가 중심적, 행정 편의적 발상이 여전히 두텁게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직접민주 지역자치당'의 경기도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로서 올해 지방선거에 가평군수 출마예정자다. 현재까지 지역자치당에서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나 하나뿐이다. 가평군의 새롭고 희망찬 변화를 위해 출마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현재 거대양당 중심으로, 중앙권력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지역소멸 위기도 기후위기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출마의 큰 이유였다. 내가 느꼈던 절박함이 더 많은 분들과 공감될 때 5.16쿠데타 정당법도 개정이 가능하고 헌재 판결도 바뀔 것으로 본다. 직접민주주의 지역자치당(준)과 마을대학 전국연합회(준),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공동으로 '지역정당 아카데미'를 시작하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5.16쿠데타의 오래된 잔재인 정당법을 국민주권, 주민주권시대에 맞게 하루빨리 개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충북지역자치당 창당대회. ⓒ직접민주지역자치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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