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거래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망을 확보하며 에너지 전환 흐름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전문 기업 탑솔라와 손잡고 총 1.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장기적으로 공급받기로 하면서, 민간 주도의 전력 거래 생태계 구축과 기업 RE100 이행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탑솔라 본사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협력을 위한 확약식을 갖고, 2028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건설과 탑솔라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협력 확대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에 확보한 전력 규모는 총 설비용량 1.5GW로,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에 맞먹는 수준이다. 단일 기업 간 직접 전력거래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계약으로, 각 발전사업별 계약 기간은 20년 이상 장기 공급 형태로 추진된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 구조를 기반으로 산업계 전반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탑솔라의 협력은 단순한 전력 거래를 넘어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아우른다. 양사는 지난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전력 거래뿐 아니라 사업 개발, EPC, 운영관리(O&M), 투자 등 재생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대규모 전력 공급 합의는 그간의 협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1GW를 넘어서는 전력공급 협약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사업 수행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개발·시공 역량을 갖춘 탑솔라와 전력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전력 유통 기업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현대건설의 역할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협약은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의 신뢰도와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RE100 이행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실제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태양광 중심의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이 안정적인 장기 공급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현실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023년 전력중개거래 사업에 진출한 이후, 발전사업 시공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해왔다. 전력거래 자동화 플랫폼과 통합발전(VPP)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며, 국내 발전사업자들과 누적 1GW 이상의 PPA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1.5GW 규모 협약이 국내 민간 전력거래 시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주도의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간 직접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함께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에 맞춰 태양광뿐 아니라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확대하고, 민간 중심의 PPA 선순환 구조 구축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형 계약이 그 출발점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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