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목격하게 한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것,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꼽겠다. 놀라운 감량 효과 덕에 일론 머스크와 같은 대기업 수장의 다이어트 비결로 꼽히는가 하면, 주변에서도 위고비 덕에 난생 처음 다이어트 순항 중이라는 후기가 들려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 마법 같은 주사에 웃고 우는 건 비단 개인만이 아니었다.
앉아서 돈 번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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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승객들의 평균 체중이 약 4.5kg 감소할 경우, 유나이티드 항공 한 곳에서만 연간 연료비 약 8,0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내 4대 대형 항공사를 합산하면 연간 절감액은 무려 5억 8,0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승객 체중이 평균 10% 감소할 경우 연료 사용량은 최대 1.5% 줄어들고, 이는 항공사들의 주당순이익(EPS)을 4%나 끌어올릴 수 있는 수치다.
그동안 항공업계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여왔다. 샐러드에서 올리브를 빼고, 종이 기내 잡지를 없애는 등 방법까지 동원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만치료제의 인기는 서비스 품질을 전혀 희생하지 않고도 거대한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하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 된 셈이다.
파리 날리는 피트니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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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통적인 다이어트 공식인 '운동과 식이요법'이 흔들리면서 피트니스 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땀 흘려 살을 빼는 일이 주사 한 방으로 대체되면서, 체중 감량만을 목적으로 했던 초보 다이어터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에퀴녹스’와 같은 고급 피트니스 체인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섰다. "약물로 급격히 살을 빼면 근육까지 빠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근 손실을 막기 위한 '비만치료제 복용자 전용 운동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기술은 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초연결 경제의 묘미다. 제약 회사의 주사기 하나가 항공사의 재무제표를 흔들고, 피트니스 산업의 풍경을 바꾼다.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와 에너지 효율까지 재설계하고 있다.
주사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알약 형태의 ‘먹는 위고비’는 미국 출시 첫 주에만 3,000건 이상의 처방을 기록했다. 과연 이 가벼운 혁명이 다음엔 또 어떤 산업의 지형도를 뒤흔들게 될까. 세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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