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의 순위가 바뀌었다. 2023년 말 기준, 남성 암 발생 1위는 폐암이 아닌 전립선암이었다. 국가암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변화다. 암을 진단받은 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74%에 육박한다.
암이 ‘치명적 질환’에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고령화와 생활환경 변화로 암 발생 자체는 계속 늘고 있어, 치료 성과 향상과 함께 예방·조기진단·생존자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적 암 관리 전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는 20일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2019~2023년 사이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상대생존율이 73.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2005년 진단군의 5년 생존율(54.2%)보다 19.5%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지난 20여 년간 국내 암 치료 성과가 꾸준히 개선돼 왔음을 시사한다.
2023년 한 해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28만8613명으로, 암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의 2.8배에 이르렀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을 제거한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22.9명으로 최근 수년간 큰 변화는 없었지만, 고령 인구 증가로 실제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암 환자는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국민이 평생 사는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 44.6%, 여자 38.2%로 추정됐다. 남자는 2명 중 1명, 여자는 3명 중 1명꼴로 암을 경험하는 셈이다.
암 발생 양상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뚜렷했다. 2023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나, 남성에서는 전립선암이 폐암을 제치고 발생률 1위에 올랐다. 전립선암은 1999년까지만 해도 남성 암 발생 순위 9위였지만, 고령화와 육식·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생활, 비만 증가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0~9세는 백혈병, 10~40대는 갑상선암, 50대는 유방암, 60대 이상에서는 폐암이 가장 흔했다.
암 생존율의 향상은 특정 암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갑상선암(100.2%), 전립선암(96.9%), 유방암(94.7%)은 5년 상대 생존율이 매우 높았다. 반면 폐암(42.5%), 간암(40.4%), 췌장암(17.0%)은 여전히 절반을 밑돌았다. 다만 폐암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생존율이 25%포인트 이상 개선돼,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도입, 진단 기술 발전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병기별 격차도 컸다. 조기에 진단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2.7%였지만, 원격 전이 상태에서 진단된 경우는 27.8%에 그쳤다. 조기 검진과 증상 인지의 중요성이 통계로 다시 확인된 대목이다.
치료 중이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는 273만2906명으로, 국민 19명당 1명꼴이다. 암 경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치료 이후의 삶의 질, 재발 관리, 직장·사회 복귀 지원 등 ‘암 이후 삶’을 포함한 정책적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주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4.3명으로 일본과 미국보다 낮았다. 이는 국가암검진과 치료 접근성, 의료기술 발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 유병자가 273만 명에 이르고 고령 암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방과 치료를 넘어 생존자 지원까지 포함하는 국가암관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암을 겪은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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