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야의 사고다락] 얼굴 없는 몸이 말하는 것① 전해지지 않은 감정의 자리에 이어
[문화매거진=김아야 작가] 1편에서 나는 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이유를 더듬어 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얼굴의 부재가 실제로 작품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얼굴은 사람을 가장 빠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요소다. 표정과 눈빛은 감정을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쉽게 규정해 버린다. 하지만 그만큼 해석의 여지도 빠르게 닫힌다. 반대로 얼굴이 지워진 몸은 특정 인물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 몸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감정이 머물고 지나가는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생각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연인들(The Lovers, 1928)’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에는 얼굴에 천을 뒤집어쓴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랑이라는 매우 친밀한 행위가 묘사되어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마그리트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또 다른 것을 숨기고 있다”는 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가까이 있음에도 완전히 알 수 없는 상태, 소통하고 있지만 동시에 닿지 못하는 거리감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마그리트의 베일에 가려진 인물은 신비와 익명성을 만들어낸다. 얼굴이 가려진 인물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로 바뀐다. 관객은 인물의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황과 거리, 감정의 공기를 더 의식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끝내 알 수 없는가’이다. 얼굴을 가린다는 선택은 감추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방법에 가깝다.
내 작업 속 얼굴 없는 몸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없기 때문에 감정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관객은 몸과 공간, 색을 통해 감정을 추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게 된다.
나는 이 불확실한 상태가 오히려 지금의 관계와 감정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를 자주 마주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관계를 이어간다. 얼굴이 가려진 채로 유지되는 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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