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막혔을 뿐인데…" 불과 1년 만에 새끼 70%가 줄어든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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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막혔을 뿐인데…" 불과 1년 만에 새끼 70%가 줄어든 '멸종위기종'

위키푸디 2026-01-20 02: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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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설원 위에 앉아 있는 아기 펭귄이다. / 위키푸디
남극의 설원 위에 앉아 있는 아기 펭귄이다. / 위키푸디

겨울이 깊어질수록 남극의 풍경은 빠르게 굳어간다. 바다와 대지를 나누던 물길은 얼음으로 닫히고, 계절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던 생명들도 정해진 순서를 따른다.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남극에서도 이런 변화는 예외 없이 나타난다.

그 흐름은 남극 로스해 쿨먼섬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확인됐다. 불과 1년 사이 이곳에서 태어난 황제펭귄 새끼의 약 70%가 사라졌다. 보호 대상인 멸종위기종 번식지에서 벌어진 급격한 감소다.

로스해 최대 번식지에서 벌어진 급감

대형 빙산이 번식지 출입구를 가로막으면서 황제펭귄 새끼 70%가 사라졌다. / 극지연구소
대형 빙산이 번식지 출입구를 가로막으면서 황제펭귄 새끼 70%가 사라졌다. / 극지연구소

쿨먼섬은 남극 로스해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 조사 결과, 이곳에서 확인된 황제펭귄 새끼 수는 전년 약 2만1000마리에서 약 670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단기간에 나타난 변화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인근 다른 번식지에서는 비슷한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새끼 수가 급격히 줄었고, 현장 조사와 위성 관측 자료를 종합한 결과 원인은 번식지 내부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로 좁혀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거대 빙산 이동이었다. 길이 약 14km 규모의 빙산이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북상하면서, 쿨먼섬 번식지와 바다를 잇는 주요 이동 경로를 가로막았다. 황제펭귄 번식 구조에서 이 통로는 생존과 직결된다.

번식기 동안 수컷은 번식지에 남아 알을 품고, 암컷은 바다로 나가 먹이를 확보한다. 약 2~3개월 뒤 새끼가 부화하는 시점에 맞춰 암컷이 돌아와야 먹이 공급이 이뤄지는데, 이번 번식기에는 빙산이 이동 경로를 차단하면서 상당수 암컷이 번식지에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산 하나가 바꾼 생존 조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펭귄들 자료 사진. / 극지연구소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펭귄들 자료 사진. / 극지연구소

드론 촬영 영상에는 빙산 절벽 앞에서 이동을 멈춘 성체 황제펭귄 무리가 포착됐다. 번식지로 이어지는 길을 찾지 못한 채 장시간 머문 흔적도 확인됐다. 연구를 총괄한 김정훈 박사는 우회 경로를 확보한 일부 개체군만이 새끼에게 먹이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이번 번식기에서 살아남은 새끼 비율은 약 30% 수준에 그쳤다.

번식지 자체는 유지됐지만, 바다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 하나가 막히면서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황제펭귄 번식 성공 여부가 개체 상태보다 외부 물리 환경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는 이 상황이 단발성으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위성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해당 빙산은 쿨먼섬 인근을 지나 다른 주요 번식지 주변도 통과하는 경로를 보였다. 비슷한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복된 경고, 누적되는 신호

쿨먼섬에 서식 중인 황제펭귄이다. / 극지연구소
쿨먼섬에 서식 중인 황제펭귄이다. / 극지연구소

유사한 경고 신호는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영국 남극 조사소는 지난 2022년 벨링스하우젠 해역에서 해빙 붕괴로 다수 번식지가 사실상 붕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2023년에는 기록적인 저해빙 현상으로 전체 66개 황제펭귄 번식지 가운데 14곳에서 번식 실패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장기 전망은 더 무겁다. 해외 연구에서는 오는 2100년까지 황제펭귄 번식지 전반이 감소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배출 시나리오가 유지될 때 세기말에는 개체군이 준 멸종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일부 연구는 전 세계 황제펭귄 개체 수가 최대 99% 감소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로스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수많은 해양 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이 지역에서 나타난 변화는 특정 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극지 생태 구조 전반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현장 조사와 위성·항공 원격탐사를 병행하며 주요 종의 개체 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을 장기적으로 추적해 왔다. 이번 사례 역시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될 예정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례가 남극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번식기까지 관측을 이어가며 빙붕 변화와 생태 구조 사이의 연관성을 계속 살필 계획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4컷 만화. / 위키푸디
4컷 만화. / 위키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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