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승범은 지난해 9월 둘째 아이 출산 과정에서 구단이 보인 처사에 실망해 겨울 이적을 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2025시즌 강등권으로 추락해 자존심을 잔뜩 구긴 울산 HD의 비시즌 최대 화두는 ‘선수 지키기’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잔류를 결정했지만 한 명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중원 특급’ 고승범(32)은 줄곧 이적을 원한다.
지난해 9월 A매치 휴식기를 맞아 강원도 속초에서 진행한 단기 전지훈련 도중 벌어진 일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제왕절개를 통한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고승범은 이미 7월 무렵에 첫째 돌봄 문제로 짧은 휴가를 받기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신태용 전 감독이 부임한 뒤 갑작스럽게 전훈이 잡히며 가족 계획이 꼬였다.
고승범은 이 과정에서 울산의 처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스포츠동아가 입수한 당시 고위 관계자가 선수에게 보낸 문자 내용은 충격적이다. “장모가 딸 가진 죄로 (돌봄에) 나서야 한다. 장모가 첫 손주를 책임지는 게 맞다. 대신 금전적 보상을 하라. 하루 100만원씩 계산하면 효자소리를 들을 것이다. 간병인은 얼마든 구할 수 있다.”
여기에 폭언도 들었다는 입장이다. 구단 내 누군가 “제왕절개는 하루이틀이면 낫고 걸을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울산이 ‘전원 전훈 참여’를 고수하자 결국 고승범은 출산 전날 밤과 다음날 오전에 왕복 10시간 거리를 직접 운전해 훈련을 소화했는데 여기서도 “넌 고액 연봉자니까 (피로는) 감수하라”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한다.
인권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특히 출산과 육아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K리그 ‘리딩클럽’에서 빚어진 사태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사실이라면 고승범이 떠나려 하는 건 당연하다는 게 축구계의 분위기다. 특히 울산은 K리그 다른 구단과 인권 문제로도 얽혀있어 사태의 확산을 원치 않는다.
당초 울산은 계약기간이 남은 고승범의 겨울 이적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말이 오간 몇몇 팀이 있었다. 그런데 김현석 신임 감독이 선수 잔류를 원했다. 선수 지인에 따르면 김 감독도 처음엔 “이적을 추진해도 좋다”고 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고승범은 현재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서 진행 중인 울산의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으나 지금으로선 동행이 어려워 보인다. 울산 사정을 잘 아는 유력 축구인들도 “가족은 건드려선 안 될 영역이다. 팀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인사도 “인권위원회 조사가 따라도 무방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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