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층이 과거보다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더 긴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데다, 주거비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고용률 등 거시 지표만 놓고 보면 현 청년층(15~29세)의 고용 여건은 이전 세대보다 나아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는 구직 기간 장기화 등 구조적인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강화와 수시채용 확대, 경기 둔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맞물리며 청년층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이 단기적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생애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경력 형성 초기 단계에서 취업이 늦어질 경우 숙련 축적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을 낮추는 '상흔 효과(scarring effect)'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은 분석에 따르면 미취업 기간이 1년인 경우 5년 뒤 상용직에 종사할 확률은 66.1%였으나,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해당 확률은 56.2%까지 떨어졌다. 또한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현재 실질임금은 평균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러한 현상이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청년층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주거비다. 학업이나 취업을 계기로 독립한 청년 다수가 월세 주거 형태에 머무는 상황에서, 소형 비(非)아파트 공급이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 등의 이유로 충분히 늘지 못하며 월세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고시원 등 취약 거처에 거주하는 청년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소 주거 기준(14㎡)에 미달하는 주거 형태 역시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확대되며 청년층의 주거 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주거비 부담 증가는 자산 형성과 교육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분석 결과 주거비가 1% 상승할 경우 총자산은 0.04% 감소했으며,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층 부채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체 연령대 부채 가운데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까지 치솟았다.
이재호 한국은행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일자리의 질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해 주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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