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위주의 수주 전략에서 벗어나 공공공사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신규 주택사업 추진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한 공공 프로젝트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추세다.
19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523곳으로, 전년 516곳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2025년 들어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잇따르며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광주·전남 지역의 시공능력평가 111위 삼일건설이 새해 벽두부터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핵심 입지 알짜 사업장 대부분이 대형 건설사에 밀려, 우리 같은 중견사는 입찰 기회조차 제한적"이라며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공공공사와 SOC 수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견 업체들은 정부의 SOC 예산 증액을 주목하며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 수익 확보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총 62조8천억 원 규모의 건설 관련 예산을 확정했으며, SOC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조6천억 원 증가한 21조1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로 인해 공공공사 수주 확대가 기대되며, 일부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4% 증가한 231조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미집행 예산 증가와 안전 규제 강화 등 현실적 제약으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GTX, 가덕도 신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과 공공주택 공급, 지방정부·공공기관 발주 증가 등은 수주 기회지만, 공사비 상승과 안전 규제 강화, 미집행 예산 등은 여전히 변수"라고 분석했다.
중견 건설업계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비용 절감, 수주 채널 다변화, 재무 구조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여건이 쉽게 개선되지 않아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성은 회장은 "중견 주택건설사의 정상화를 위해 전향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며 "유동성 지원과 소규모 정비사업 참여 활성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견 건설사들이 안정적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공공·SOC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가운데, 주택사업과 민간 개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감안해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과 SOC 예산 증액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공사 중심의 수주 전략을 강화함으로써 장기 침체 속 생존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경기 회복 시점에 대비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와 SOC 수주는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고,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올해는 수주 채널을 다변화하고, 기존 사업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견 건설사들의 주력 사업 구조 조정과 공공·SOC 집중 전략은 침체 장기화 속에서 업계가 선택한 현실적 대응책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예산 운용이 향후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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