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12시간 연장안이 가시화됐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는 수익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중소형사는 인력과 전산 비용 부담에 직면했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지며 업계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거래시간 연장 추진안'을 마련해 증권사 등 회원사들과 공유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추진안의 골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정규장과 별도로 프리마켓(오전 7시~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해 하루 전체 거래 가능 시간을 총 12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는 정규장 개장 전 시간외 종가 매매(오전 8시30분~8시40분)와 장 종료 이후 시간외 종가 매매(오후 3시40분~4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장 개시 전 시간외 대량·바스켓·경쟁대량 매매는 기존 오전 8~9시에서 오전 7~9시로 늘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장 종료 후 시간외 대량·바스켓 매매 역시 오후 3시40분~6시에서 오후 3시40분~8시로 변경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프터마켓 운영에 따라 오후 4~6시 사이의 단일가매매는 사라지며, 장전 동시호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6월29일까지 제도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2025년 말 기준 약 250조원 규모로 불어난 해외주식 투자 자본을 국내로 유도하려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맞물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외화 금융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며 환차손 위험을 경고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국내 시장의 접근성을 높여 투자자를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본소의 판단에 힘이 실린 배경이다.
증권가 전경 ⓒ 연합뉴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와의 주도권 경쟁도 핵심 요인이다. 넥스트레이드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는 데 대응해 거래소는 1시간 앞선 오전 7시에 프리마켓을 연다.
가격 형성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출근길 개인 투자자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나스닥과 영국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는 흐름에 맞춰 대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도 작용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24시간 가동되는 해외 주식 데스크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를 수익 다변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리테일 고객층이 두터운 대형사 입장에서 거래 시간 연장은 직접적인 수수료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이미 해외 데스크가 운영되고 있어 인력을 순환 근무제로 활용하면 대응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시간 확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산 설비 투자와 보안 인력 확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 전산 장애나 미국 시장 급변동에 따른 접속 폭주에 대비해 실시간 모니터링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하는 점이 경영상의 큰 압박이다.
중견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설문조사와 넥스트레이드 준비 과정을 거치며 거래 시간 연장은 예견된 수순이었기에 시스템 구축 자체에 대한 당혹감은 적지만, 인력 운용과 비용 측면에서 체감하는 무게감은 대형사와 전혀 다르다"고 토로했다.
결국 자본력의 차이가 고객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이어지며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의 피로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업무 과중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전국 지점 주문을 금지하고 본점 및 전산 매체(HTS·MTS) 주문으로만 거래를 제한해 노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ETF LP 참여도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등 업계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거래 시간 조기화와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참여를 확대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국제적 정합성에 맞게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거래소는 오는 2027년 12월까지 24시간 거래를 목표로 자본시장 인프라 고도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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