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한층 강화하는 가운데,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관리 방안도 검토에 착수했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먼저 설정한 뒤, 연초 대출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필요 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업권별·금융회사별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정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가계부채를 보다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기조 아래, 연간 목표치는 경상성장률 전망치(4.1%)를 밑도는 3%대 수준에서 설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에는 일정 부분 대출 여력을 허용하는 기존 원칙을 유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유사하게 가계대출 증가율을 1~2%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금융위 측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또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초과분만큼 올해 목표치를 낮추는 방식의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특정 시기에 대출이 몰리거나 중단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월별·분기별 관리 기준도 한층 촘촘히 설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지난해 가계부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37조6000억 원 증가해 전년 대비 증가폭이 약 4조 원 줄었다. 증가율 역시 2024년 2.6%에서 2025년 2.3%로 낮아졌다. 당초 연간 관리 목표가 3.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억제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서도 가계대출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달 1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4186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96억 원 감소했다. 연초 은행들이 그동안 중단했던 대출 접수를 재개하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대출 잔액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대출금리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출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금리는 연 4.130~6.297%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초(연 4.120~6.200%)와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 아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 추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대출이나 정책금융 대출처럼 현재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상품을 규제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DSR 비율 자체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 올해 1월부터 15%에서 20%로 상향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초 가계대출 흐름과 부동산 시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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