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국민배우’ 故 안성기의 마지막 진심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오는 20일 방송되는 KBS2 ‘셀럽병사의 비밀’ 41회는 대한민국 영화사의 중심을 지켜온 배우 안성기의 70년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특집으로 꾸며진다. 다섯 살이던 1957년 데뷔 이후 약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찬란한 궤적과, 끝까지 연기를 놓지 않았던 마지막 기록이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이번 방송은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안성기의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의 고뇌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KBS 자료실에 보관돼 있던 귀중한 아카이브 영상들이 대거 공개돼 의미를 더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국민 가수’ 조용필과 ‘국민 배우’ 안성기의 특별한 인연도 공개된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짝꿍으로 만나 6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의 투 샷은 물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전설적인 듀엣 영상이 무려 30년 만에 공개된다.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조용필의 부친이 “성기라면 괜찮다”며 외출을 허락했을 만큼 깊었던 신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진다.
영화 ‘무사’의 김성수 감독은 대배우 안성기와 얽힌 잊지 못할 기억을 털어놓는다. 무명 시나리오 보조 작가 시절, 영화 ‘베를린 리포트’ 촬영차 찾은 독일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안성기가 자신의 장갑을 벗어 건넸다는 것. 김 감독은 “당시에는 톱스타가 무명 작가에게 장갑을 벗어준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그 따뜻함이 곧 안성기의 본모습이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무사’의 덕장 진립 캐릭터를 구상하며 줄곧 안성기만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배우 신현준은 ‘무사’ 촬영 당시 곁에서 지켜본 안성기의 철저한 준비 과정을 증언한다. 활을 쏘는 역할을 위해 팔과 어깨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웠던 안성기는 “어릴 때부터 활을 쏜 사람의 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정작 영화에는 해당 장면이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았고, 신현준은 “관객은 볼 수 없지만 나는 갑옷 속에 가려진 선배님의 노력을 봤다”며 존경을 표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직접 드럼통에 불을 피워 스태프들을 챙기던 모습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담이 이어지자 이찬원은 “선배님 얼굴에 새겨진 주름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 만들어졌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고, 장도연은 “영화 ‘만다라’를 찍으면서 수행이라도 하신 것 아니냐”며 감탄했다. 풋풋한 청년 시절부터 다정한 가장의 모습까지 담긴 시대별 인터뷰를 지켜본 출연진은 “왜 안성기를 국민배우라 부르는지 알겠다”고 입을 모았다.
“나의 쓰여짐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깊어지는 길을 선택해 온 안성기. 2019년 혈액암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그는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며 영화 ‘탄생’ 촬영장에 섰다. 투병 중에도 현장에서 가장 행복해했던 그의 마지막 모습과, 모든 스태프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특집에는 강윤성 영화감독과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도 함께 출연해 거장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좋은 배우이기 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었던 안성기. 그가 남긴 깊고 따뜻한 연기의 유산은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 KBS2 ‘셀럽병사의 비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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