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오늘(19일)로 예정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파행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를 이유로 ‘보이콧’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개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안티 이혜훈’ 기류는 강경하다. 이 후보자를 단순한 인사 검증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핵심 검증 자료를 ‘개인정보’ 뒤에 숨기는 후보자와는 청문회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다.
국회 재경위원장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국회를 즈려밟고 이혜훈을 이고 가든 꽃가마를 태우든 하시라”며 “그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대통령 책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의 검증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시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담당 상임위원장의 최후통첩이다.
반면 민주당 소속 재경위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무위원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해야 할 헌법적·법률적 책무”라며 “(국민의힘의 청문회 거부는) 국회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후보자 측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청문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여야가 이날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릴 경우 민주당의 단독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국민의힘 소속인 재경위원장이 끝까지 개최를 거부하면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 간사 주재로 청문회를 열 수는 있다.
국회법 50조는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면 소속 의원 수가 많은 교섭단체 소속 간사의 순으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국민의힘 임이자 재경위원장이 보이콧을 하더라도 민주당 단독으로 청문회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서는, 위원장이 청문회를 개최하되 바로 산회 또는 정회를 하는 방식으로 청문회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국정운영의 상징인 이혜훈 후보자의 청문회를 반쪽짜리로 처리할 경우 그 정치적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야당은 장동혁 대표가 단식까지 하며 거센 대여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국을 강경대응으로만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더 커진다.
그래서 민주당은 끝까지 국민의힘을 청문회에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가 내건 공천 헌금과 통일교 특검에 대한 부분적 수용 등 정치적 딜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청와대의 태도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청문회를 일종의 ‘꽃놀이패’로 보고 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된다면 ‘실용 정부’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어 이득이다.
설령 낙마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계산이다. 보수 진영 출신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이미 야권 내부의 갈등과 보수 분열을 촉발시키는 ‘정치적 쓰임새’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로서는 야당이 반발하면 할수록 손해 볼 게 없다.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전면 사수의 분위기도 아니다. 청문회 결과에 여론 향배에 따라 버릴 수도 있는 카드다. 이 과정에서 야당만 ‘통합에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청문회가 열려 통과가 되면 협치의 실현이 되고 낙마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국정운영 시도와 진정성만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걸핏하면 보이콧과 같은 무책임한 투쟁 전략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끝까지 이혜훈 후보자의 비리와 의혹을 지적하고 그것에 대해 국민여론을 묻는 것”이 야당의 책임정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안 없는 떼쓰기 정치로는 더 이상 야당의 본분을 다할 수 없다’는 정치적 한계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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