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포도'라고 하면 대부분 달콤한 과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말에는 과일과는 전혀 무관한 '포도하다'라는 동사가 존재한다. 이 말은 한자어로, '도둑을 잡다'(捕盜) 혹은 '죄를 짓고 달아나다'(逋逃)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 대부분은 모르고 있습니다
'포도하다'의 어원은 조선시대 관청 조직과 깊이 맞닿아 있다. 여기서의 '포도(捕盜)'는 '잡을 포(捕)'와 '도둑 도(盜)'를 쓰는 말로, 도둑을 잡는 일을 뜻한다. 실제로 조선에는 치안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인 '포도청(捕盜廳)'이 존재했으며, 포도대장과 포졸들이 민간의 범죄를 단속했다.
이 때문에 '포도하다'는 본래 범인을 체포하고 죄인을 색출하는 공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며 또 다른 의미를 얻게 됐다. 일부 문헌과 구어 표현에서는 '포도하다'가 '죄를 짓고 달아나다'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이는 '포도'라는 말이 범죄와 도둑, 추적과 도주라는 상황 전체를 포괄적으로 연상시키면서, 의미가 확장되거나 뒤집혀 사용된 결과로 해석된다.
즉, 도둑을 잡는 행위와 도둑이 쫓기다 달아나는 상황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엮이며, 단어 하나에 상반된 뜻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포도하다'의 두 가지 의미, '반의동형어' 현상
이처럼 하나의 단어가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갖는 현상은 언어학에서 '반의동형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빌리다'가 상황에 따라 '남의 것을 쓰다'와 '남에게 주다'로 쓰였던 옛 용례처럼, '포도하다' 역시 시대와 맥락에 따라 의미가 갈라졌다.
다만, 현대 국어 생활에서는 이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아, 사전이나 역사적 설명을 통해서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사라져 가는 단어 속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과 언어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포도하다'라는 말은 오늘날 일상어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조선의 치안 제도와 언어 변화의 흔적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같은 발음 아래 전혀 다른 세계를 품고 있는 이 단어는, 우리말이 지닌 역사적 깊이와 의미의 유연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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