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고 고용 지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은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중심의 보수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디트로이터 경제클럽 행사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낙관적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기쁨을 앗아갔다며 또다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연준 이사 리사 쿡을 해임하는 등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검찰청은 연준 본청 보수공사 관련 허위 증언 혐의로 파월 의장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다만 의장이 6개월 전 미 의회에 연준 개보수 사업과 관련한 상세한 서한을 전달했던 사실이 확인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장악 시도라는 시각이 확산됐다.
파월 의장은 연준 공식 엑스(X·구 트위터)에서 “이번 사항은 지난해 6월 증언이나 건물 공사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와 다르게 공익을 위한 최선의 판단으로 금리를 결정해온 데 따른 결과”라며 이번 소환장이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해온 연준을 압박하려는 의도였음을 확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 행위는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전문가들은 이를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다.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해 5회 동결·3회 인하를 단행한 연준은 정치 압력에도 보수적 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인데,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오히려 물가 불안을 키울 우려가 나오며 동결·인하 제한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3.50~3.75%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6월 전까지 기준금리가 25bp 이상 내릴 확률은 30% 미만이다.
최근 발표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7% 오르며 예상치를 유지했으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6%로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같은 기간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5만 명 증가했고, 상승세였던 실업률은 4.4%로 하락 전환하며 노동 시장은 이제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안정세가 맞물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데이터 중심의 보수적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에셋증권 민지희 연구원은 “최근 공개된 연준 베이지북에서 노동시장은 큰 변화가 없고, 물가는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코멘트가 있다”며 “해당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지북(Beige Book)은 연준이 연간 8회 발행하는 미국 경제동향 종합보고서로,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되며 금리 결정의 핵심 참고 자료다.
지난 14일 공개된 베이지북(1월 5일 이전 수집 데이터)에서 연준은 12개 지역연방은행의 현장 보고를 종합해 노동시장 변동 없음·물가 완만한 상승 속 관세 압력 지속 진단을 내린 바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통계지표에 안개가 드리웠다는 말을 하는 등 셧다운 장기화 영향으로 물가지표 수집에 왜곡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당장 나온 지표가 우호적이더라도 그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하고 통화정책을 단행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민경원 선임연구원도 동결을 점치며 “금리 결정보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국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이어 “고용 지표가 안정적인 상태이므로 금리를 내리지 않을 거라는 시장 기조에 달러가 영향을 받아 하방은 확실하게 막힐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해서 강달러로 전환한다면 원·달러 환율 역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변수”라고 부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