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그로부터 12일 전인 1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전남 함평군의 한 경로당에서 A씨 등 50∼70대 여성 5명이 점심 때 먹고 남은 찬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경로당 안방에 모여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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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경로당 부엌에 있었고, 이때 “저녁 먹으라”는 부인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온 B씨도 함께 비빔밥을 먹었다.
그런데 식사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A씨 일행 모두 동시에 입에 거품을 물고 복통을 호소했다. 늦게 비빔밥을 먹은 B씨도 같은 고통을 느꼈다.
심지어 이들 중 2명은 의식을 잃는 등 증세가 심각해졌고, 119 구급대가 이들을 옮겨갔다. 주민 6명은 대학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주민 5명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A씨는 이틀 뒤인 7일 오후 3시에 결국 숨졌다.
함평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씨 등 주민 6명의 가검물에서 카바메이트 계열 살충제인 M(메소밀)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WHO가 1급 독성물질로 분류한 메소밀은 가루나 액체 형태로, 냄새가 심하지 않고 색깔은 흰색에 가깝다. 다만 고독성인 탓에 음식물에 소량만 들어가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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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경찰서는 “음식물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간 감정결과, 피해자들이 남긴 밥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돼 고의로 음식물에 농약을 투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살충제 성분인 메소밀이 밥에서만 검출되고 나머지 상추겉절이, 고추잎무침, 간장 등 비빔밥 재료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메소밀이 흰밥에서 검출된 만큼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점심때 먹다 남은 밥에 누군가 농약을 고의로 넣었을 것으로 보고 마을 주민 50여 명을 상대로 피해자와의 원한 관계 등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목격자가 없고 경로당 주변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주민 20여 명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농약을 구입한 주민을 확인해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숨진 A씨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민도 조사했지만, 사소한 말다툼을 했을 뿐 살인할 정도로 갈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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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은 용의자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해당 사건 외에도 전국적으로 ‘메소밀 사건’은 대부분 미제로 남아있다. 2008년 3월에는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서 C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들은 메소밀이 들어간 미역국을 먹고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8월에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D씨 집에서 메소밀이 들어간 밥을 먹은 D씨 어머니가 숨지고 D씨 부부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2014년 2월에는 보은군 보은읍 한 음식점에서 식사하던 E씨 등 이 마을 주민 6명이 갑자기 구토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군 보건소로 긴급 이송됐다. 이들 가운데 치료를 받던 E씨가 사건 발생 5일 만에 결국 사망했다. 콩나물밥의 양념간장에서 메소밀이 검출됐다.
강한 독성으로 수많은 사건을 몰고 온 메소밀은 2012년 판매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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