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한국 사회의 오랜 뇌관인 '정교유착' 문제를 정조준하며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 단체에 대한 해산 가능성을 시사해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수습하고 국정 장악력을 확보한 이 대통령이 종교와 정치의 유착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헌법 위배 종교단체, 해산 검토하라"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일과 9일 두 차례 국무회의를 통해 종교단체 해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는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법인격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결론이 뭐냐"고 직접 물었다. 조 처장은 "민법 38조 적용의 문제로,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 행위를 지속했을 때 해산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민법상 해산 사유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해산 권한은 소관 부처에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조 처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부처"라고 보고했다. 해산 후 종교단체의 재산 귀속 문제에 대해서도 "정관에 명시돼 있으면 정관을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귀속된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정 종교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통일교와 최근 정교유착 의혹이 불거진 신천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 7대 종단 "사이비 이단 폐해 심각, 해산해야"
이 대통령의 의지는 올해 1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유교·천도교·민족종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자리에서 종교계는 통일교와 신천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사이비 이단 종교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정교유착을 넘어 시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는 행태에 대해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에 해악을 미치는 종교 단체의 해산은 국민도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제가 되는 종교 재단의 자산으로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주제이지만,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너무 오래 방치해 폐해가 매우 크다"고 공감을 표했다.
◆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본격 수사 착수
정부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0일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찰·경찰은 '정교유착 비리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김태훈 합동수사본부장을 중심으로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치권 유착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1월 13일 "통일교, 신천지 등에 대한 철저한 합동 수사와 함께 모든 부처가 각각의 영역에서 사이비 이단의 폐해 근절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하며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 야당 "헌법 파괴하는 정치보복"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통일교·신천지 수사라 쓰고 국민의힘 표적 수사라고 읽는 노골적인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특정 종교를 '악'으로 규정하고 해산하려는 것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짓밟는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선례가 되면 향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시민단체나 타 종교까지 탄압받을 수 있다는 '미끄러운 경사면' 논리다. 특히 해당 종교 단체들이 보수 진영의 외곽 조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보수 세력 궤멸'을 노린 정치 보복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법조계 "현실적으로 해산 매우 어려워"
법조계는 현행 법상 종교법인 해산이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본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 허가 취소가 곧바로 종교 조직의 실체적 해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심판처럼 명확한 '위헌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종교 교리 자체를 법적으로 재단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또한 일본처럼 종교법인법을 통해 종교를 별도로 규제하는 국가와 달리, 한국은 종교를 특별히 규제하는 법률이 없어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내부 결속력이 강한 통일교와 신천지가 정부 압박만으로 조직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며 "수십만 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거리로 나올 경우 사회적 혼란과 치안 불안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이러한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의원들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혁진 의원(무소속) 등은 종교법인이 조직적 정치 개입을 할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통일교·신천지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설립허가 취소와 함께 법인 해산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시행을 위해서는 국회와 사법부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하고 있어 입법 강행은 가능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58% 지지율 업은 '개혁 드라이브'
ㅇ이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과감하게 나서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국정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월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8%를 기록했다. 직전 주 60%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36%)가 1위를 차지했고, '경제·민생'(12%), '소통'(10%) 순이었다. 최근 중국 국빈 방문과 일본 정상회담 등 외교 성과가 지지율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편법과 불공정을 확실히 없애고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법망을 피해온 성역을 타파함으로써, 만인에게 평등한 법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 통일교 "대통령 의지가 법원 판결 아냐"
압박을 받는 통일교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신도들에게 "대통령의 의지가 곧 법원 판결이 될 수 없다"며 "일본의 경우는 헌금 같은 민사 문제를 해산 사유에 포함해 무리하게 청구한 특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통일교는 지난해 12월 12일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서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여론 뒤집기에 나서기도 했다. 평소 길거리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던 통일교가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자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 2026년 한국 사회의 큰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의 '종교 해산' 카드는 성공할 경우 사회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역사적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극심한 국론 분열과 헌법 논란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2026년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가평과 과천을 향한 대통령의 칼끝이 과연 썩은 환부를 도려낼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살을 벨지,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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