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시켜야 인정받는 시대…AI기술이 바꾼 금융수도 월가의 인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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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시켜야 인정받는 시대…AI기술이 바꾼 금융수도 월가의 인재상

르데스크 2026-01-16 16:53:53 신고

인공지능(AI)에게 정교한 명령을 내리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이 월가 금융맨들의 몸값을 결정하는 새로운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월가는 대규모 인력 감축 속에서도 AI 효율화를 통해 역대급 수익을 기록하며 인력 구조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그 결과, 과거 엑셀 작업과 서류 취합에 능했던 '성실한 인재'의 자리를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영리한 조련사'들이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기반의 인력 재편 흐름은 국내 금융권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성실한 직장인' 대신 '영리한 AI 조련사' 선호 기조 뚜렷…급변하는 월가의 인재상

 

미국 노동시장 분석 플랫폼인 라이트캐스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AI 기술 분야 채용 시장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227% 급증했다. 머신러닝(+30%), 딥러닝(+6%) 등과 같은 기존 IT 기술에 요구되던 역량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부터 최적의 결과값을 도출하기 위해 질문과 지시어를 정교하게 설계해 최적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상은 미국 금융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비던트(Eviden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월가 상위 10개 은행의 AI 관련 인력 비중은 전년 대비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AI 인력을 채용한 은행 중 대다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생성형 AI 도구 활용 능력을 승진과 연봉 협상의 주요 평가지표로 이미 도입했거나 혹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 2025년 월가 상위 10개 은행의 AI 관련 인력 비중은 전년 대비 평균 10% 이상 증가했다. 사진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사진=연합뉴스]

 

일례로 JP모건은 사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전방위로 강화하는 동시에 AI 활용 역량을 인사고과에 전격 반영하기로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최근 주주 서한에서 "AI는 증기기관만큼 혁신적이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 역시 "AI는 지적 능력을 증폭시키는 자산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AI 명령 지시를 통해 복잡한 상업적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재상의 변화에 맞춰 기존 조직의 대대적인 수술도 단행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AI가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는 추세에 발맞춰 '조직 슬림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가(BofA), 시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6대 금융회사의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09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1만600명 감소한 수치이자 2021년 이후 최저치다.

 

모건스탠리 소속 한 애널리스트는 "생성형 AI는 자료 검색이나 검토 시간을 90% 이상 단축시킨다"며 "미래의 금융인은 더 이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AI가 생성한 방대한 분석 자료 속에서 논리적 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고객을 위한 최종적인 상업적 판단으로 치환하는 생산적 역량을 갖춘 이들이 고평가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월가의 인재상 변화는 국내 금융권의 인사 정책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월가의 인재상 변화 흐름은 국내 금융권의 인사 정책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이 채용의 핵심 기준이 된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 금융권 역시 디지털 전환과 인력 효율화의 흐름에 동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국내 금융권은 비대면 금융 확대와 'AI 뱅커' 도입을 명분으로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수는 5534개로 약 9개월 만에 100곳이 문을 닫았다.

 

인력 효율화의 강도 또한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326명으로 전년(1987명) 대비 17% 늘어났다. 일부 은행은 만 40세인 1985년생까지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줄이는 대신 AI를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수의 정예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국내 금융권의 공통된 과제다"며 "기업 입장에선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AI 활용 인재 몇 명에게 더 높은 보상을 주는 것이 비용 대비 성과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국내 금융권의 인재상 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사실상 방대한 인력을 투입해 노동 집약적으로 일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과거에 수많은 인원이 며칠 밤을 새워야 했던 일들을 몇 명의 인재와 AI의 협업을 통해 불과 몇 분안에 끝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미 국내 금융권에서도 AI 활용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며 "앞으로 개인의 몸값은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해 비즈니스 난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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