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 들어 식당 반찬판에서 먼저 빠진 재료가 있다. 감자조림이나 감자볶음처럼 늘 한 칸을 차지하던 감자 반찬이다. 감자는 겨울마다 값이 오르곤 했지만, 올해는 흐름이 다르다. 동네 식당에서는 감자 대신 콩나물무침이나 무생채를 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감자 봉투를 집어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감자는 여전히 익숙한 채소지만, 올해 들어 가격 부담이 커졌다.
1년 새 47% 뛴 감자값, 반찬에서 빠질 수밖에 없던 사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감자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20㎏ 기준 6만3000원 선까지 올라섰다. 전년 같은 시기보다 약 47% 높은 수준이며,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40% 이상 웃돈다. 정부가 설정한 1월 감자 가격 관리 기준선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소매 가격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감자 100g당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했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체감 폭이 크다. 감자는 한두 개만 쓰이는 재료가 아니다. 조림, 볶음, 찌개, 국 등 쓰임이 잦은 만큼 가격 변화가 식비 전반으로 번진다.
외식업계에서는 이 부담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감자를 반찬으로 올릴 경우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진다. 결국 감자 대신 가격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재료로 반찬 구성을 바꾸는 선택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서 감자 반찬이 줄어든 이유다.
가격 상승의 핵심 배경은 공급 감소다. 지난해 가을 감자는 수확 시기에 강한 추위가 겹쳤다. 밭에서 캐내는 작업이 지연됐고, 출하 시점도 뒤로 밀렸다. 제때 시장에 풀려야 할 물량이 줄면서 도매 단계부터 가격이 흔들렸다.
여기에 재배면적 감소가 겹쳤다. 전남과 제주 등 주요 산지에서 가을 감자 재배면적이 눈에 띄게 줄었고, 생산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여름철 고랭지 감자 생산이 부진했던 점도 한 원인으로 더해졌다. 겨울을 버티기 위해 저장해 둬야 할 물량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다.
봄 감자 전까지 이어지는 부담, 구조가 만든 상승
감자 가격이 쉽게 내려오기 어려운 이유는 출하 구조에 있다. 겨울철 시장을 떠받치는 건 시설 감자다. 시설 감자는 10월에서 12월 사이 심어 이듬해 봄에 수확한다. 노지 햇감자보다 먼저 나오지만 재배 여건은 까다롭다.
한겨울 하우스 내부 온도가 5도 아래로 떨어지면 감자 생육은 눈에 띄게 둔해진다. 잎 색이 옅어지고 성장 속도도 늦어진다. 기온이 더 내려가 찬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잎과 줄기가 얼어 피해로 이어진다. 이런 손상은 회복이 쉽지 않다.
또한 폭설도 변수다. 하우스 지붕에 눈이 쌓이면 붕괴 위험이 커진다. 제때 치우지 못하면 시설 자체가 손상될 수 있다. 눈이 녹아 흘러든 물이 고이면 덩이줄기가 썩는 문제로 이어진다. 배수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2월 하순 이후에는 또 다른 대응이 뒤따른다. 낮 기온이 오르며 하우스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환기가 부족하면 줄기가 과하게 자라고 잎줄기가 말라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습도가 높아지면 병해 발생 위험도 함께 커진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이어지는 부담은 생산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시설 감자는 생산비도 많이 든다. 난방에 드는 연료비 부담이 크고, 재배 면적도 넓지 않다. 출하가 시작돼도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시설 감자가 나온다고 해도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기 어렵다.
한파 속에서도 이어지는 농가의 손길, 가격 안정의 마지막 버팀목
이런 상황에서도 농가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겨울 시설 감자를 키우는 농가들은 보온과 환기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신경을 쓴다. 이중 하우스나 비닐 터널을 설치해 찬 공기를 막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는 내부 습도를 조절해 피해를 줄인다.
폭설 예보가 있으면 미리 배수로를 정비하고, 눈이 쌓이면 곧바로 치운다. 하우스 붕괴를 막기 위한 기본 작업이지만 인력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낮 기온이 오르는 시기에는 측면 비닐을 열거나 환기 장치를 가동해 내부 온도를 낮춘다. 줄기와 잎 상태를 매일 살피며 병해 조짐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비용과 노동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농가들은 봄 출하를 목표로 감자를 키운다. 노지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을 잇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버텨내야 가격 변동 폭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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