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이겨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하며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대신 천천히 걷고 가꾸고 쉬어도 되는 게임이 전세계 게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른바 코지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코지게임은 명확한 승패나 과도한 난이도 대신에 안정감과 일상성, 정서적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다. 인디게임에서 시작된 '힐링 게임'의 새로운 장르가 어느덧 글로벌 게임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환기하는 '디지털 휴식 공간'이 된 코지게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쟁하거나 싸워서 물리쳐야 할 적이 없는 코지게임은 실패에 대한 패널티도 거의 없어 오히려 경제교육에 안성맞춤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농장·카페·목욕탕 같은 일상 공간에서 소소한 루틴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의 경제적 선택에 따른결과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여러 매체별 재무·금융 교육 효과를 비교한 결과 게임 기반 교육도 유의미한 효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토르 베르가타 로마 대학교의 지아니 니콜리니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게임을 활용한 금융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지식 습득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니콜리니는 "특히 줄을 서있거나 여행을 할 때 등 여가 시간에 모바일 기기에 다운로드받거나 온라인으로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학습 측면에서 교육 게임의 강점이 됐다"며 "자칫 흘려보낼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금융 학습의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 수업을 지루해하거나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게임 교육이 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라노 국립공과대학 마르타 칸니스트라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4개국 22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 기반 금융교육을 실시한 결과 금융문해력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을 평가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결과, 상당수 국가의 학생들의 금융 문해력 점수가 평균 이하에 머물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어린 학생들이 성인이 된 뒤 부채 상환이나 은퇴 설계 등의 경제 활동을 하려면 필수적인 금융 지식을 기르게 하기 위해 금융교육을 의무교육과정으로 포함하거나 그럴 계획을 고려 중에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금융과 경제생활'을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신설했다. 올해 기준으로 고2학생 수업부터 적용되며 융합선택과목으로 학생부(수시전형)에만 반영되는 절대평가 과목으로 운영된다.
그 외 게임 기반 경제교육을 통해 선택이나 희소성, 소비, 화폐 등 기본적인 경제개념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코지게임도 경제 관념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코지게임인 '동물의숲'은 생활 속 돈 감각을 길러준다는 면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레이어는 '동물의숲' 게임을 통해 주택 대출이나 이자 등 대출과 상환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고 기본적인 수입·지출 관리도 가능하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자원 생산이 제한되므로 자원의 희소성에 대해 학습가능하며 농작물을 심는 단계서부터 파는 단계까지 투자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농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듀 밸리'는 초기 자본 배분이나 생산 원가와 판매 단가의 차이, 시설 확장이나 장비 업그레이드 등 장기 투자 관념이나 수확물 채집 등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감을 익힐 수 있다.
게임 플레이어 A씨는 "이러한 게임들을 통해 빚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적절하게 관리하는 법을 익히고 농장 경영을 통해 이번달엔 적자지만 다음 계절엔 흑자를 보는 중장기적 재무 사고를 체득할 수 있게 된다"며 "어린이나 청소년, 경제 초보자가 플레이한다면 경제 관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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