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퇴임 2주가량 남기고 시행 지시…선거당국 "위헌" 반발
美 지지받은 아스푸라 당선인 둘러싸고 정치권 갈등 지속 관측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퇴임을 2주가량 앞둔 온두라스 대통령이 지난해 말 치러진 대선의 재검표를 요구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현지 선거 관리 당국은 위헌적 행위라며 이에 따르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온두라스 대통령실과 선거관리위원회의 보도자료·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에 따르면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0일 치러진 대선에 대한 재검표 결정 내용을 담은 입법령 시행을 발표했다.
이는 국회에서의 의결을 거친 내용으로,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 논란이 있는 만큼 전면 재검표를 통해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에 따라 추진됐다고 온두라스 대통령실은 전했다.
인구 1천만명(유권자 650만명)의 온두라스에서 치러진 지난해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정 후보 지지와 맞물려 국제사회의 유례 없는 주목을 받았다.
개표 돌입 후 기술적 장애와 정치적 갈등 속에 선관위의 우파 국민당 소속 나스리 아스푸라 당선 발표까지 거의 한 달가량 소요됐다.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아스푸라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원을 받은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대선 직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좌파 집권당 후보와 중도파 야당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난 온두라스 국민이 아스푸라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이에 반발해 온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태의 게시글에서 "선관위에서 155만8천689명의 유권자가 행사한 투표용지의 집계를 부당하게 거부했다"라면서 "선관위는 적법하게 제기된 292건의 이의 신청을 처리하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온두라스 정상은 또 "주권 국가에 대한 위협이 만연한 환경 속에서 외국의 간섭 앞에 다시 한번 책임을 저버리는 기관들의 냉소주의에 저는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외압' 논란을 재차 비판했다.
온두라스 선관위는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아나 파올라 홀 온두라스 선관위원장은 엑스에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내놓은 결정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라며 "법률이 선거관리 기관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권한을 침해하려는 시도"라고 썼다.
그는 "선거 결과 공표는 합법적 틀 안에서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당선인은 확정됐다"라며 "국가기관들의 지속적인 거부로 (관련 내용이) 관보에 게시되지 않았을 뿐, 주요 일간지와 선관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만큼 문제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놓고 온두라스 내부에서 정파 간 갈등이 지속되는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취임식을 준비 중인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양국 협력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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