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마침내 2000선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24년 9월 30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우수한 100개 상장기업을 모아 지수를 산출한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는 시가총액 위주로 움직이던 국내 증시의 투자가 기업의 내실과 주주환원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풀이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날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4.85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 산출의 기준점이었던 2024년 1월 2일(1000포인트) 이후 2년 만에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최근 15거래일 내내 오름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장기 상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존 대표 지수들과의 수익률 격차다. 밸류업 지수가 102.49% 오르는 동안,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200은 88.80%, 코스피 100은 91.48% 상승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덩치가 큰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의지가 뚜렷한 기업에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수를 구성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주들이 지수의 하단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사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종목이 지수를 꾸준히 밀어올렸다. 이들은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은 작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지난 한 해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들의 평균 PBR은 2024년 9월 약 0.78배 수준이었지만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던 금융지주사들의 평균 PBR은 현재 0.9배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현대차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공시 이후 PBR이 0.6배대에서 수직 상승 중이다.
변화를 먼저 포착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2년간 외국인은 현대모비스(9758억원), 우리금융지주(9743억원), 현대차(7721억원) 등 밸류업 핵심주를 집중적으로 쓸어 담았다. 이들은 단순 배당 확대를 넘어 주당순이익(EPS)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자사주 소각 기조에 매수세를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도 힘을 보탰다.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공시 이행 점검, 상법 개정 논의 등이 맞물리며 정책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액은 20조1000억원, 소각액은 2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매입 8조2000억원, 소각 4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매입은 2.5배 소각은 4.5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금 배당도 전년 대비 11.1% 늘어난 50조9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의 꾸준한 성장은 국내 증시가 단타 시장에서 장기 투자처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외국인과 기관 등 더 큰 규모의 장기 자금 유입이 뒷받침된다면 밸류업의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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