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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진료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추적 관찰을 받아온 환자들이 전원 이후 관리 공백에 놓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원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 방향 속에서 추적 관찰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설명은 제도적으로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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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권유는 늘었지만, 이후 관리 기준은 불분명
2020년부터 상급 병원에서 유방 양성 종양에 대한 추적 관찰을 받아온 A씨는 2024년 정기 진료 과정에서 “6개월 이후의 검진 일정은 더 이상 미리 잡아주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1년 뒤 다시 예약을 잡아 내원하거나, 원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라는 안내였다.
이후 1년 뒤 재방문을 위해 병원에 연락했지만, 사전 예약이 잡혀 있지 않아 교수 진료를 다시 본 뒤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전보다 병원 방문 횟수가 늘어나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A씨는 기존 정기 검진을 회사 건강검진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영상의학과 검사 과정에서 상급 병원에서 추적 관찰을 받아왔던 이력을 전달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지에는 기존 추적 관찰 이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유방암 의심’ 판정이 나왔다. 추가 진료를 권유받은 A씨는 기존에 진료받던 상급 병원으로 돌아가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의심’으로 분류된 병변은 새로운 병변이 아니라, 상급 병원에서 수년간 추적 관찰해 온 기존 양성 종양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에서 드러난 것은 전원을 권유받는 단계에서 이후 어떤 수준의 의료 관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원을 권유한 상급종합병원은 진료 의뢰서와 함께 거주지 인근 병원을 몇 곳 제시했을 뿐, 추적 관찰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단계인지, 일반적인 정기 검진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태인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공유하지 않았다.
평가 구조 변화와 전원 확대
상급종합병원의 전원이 확대된 배경에는 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변화한 평가·보상 구조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평가는 입원 중증 환자 비율과 회송 실적 등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특히 입원 중증 환자 비율은 34% 이상을 주요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 구조 변화와 맞물려 최근 회송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 병원으로 회송된 환자는 약 80만 6천 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회송 관련 진료비 지급 규모 역시 2024년 약 7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지표 변화는 전원을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른 판단이라기보다, 병원 전체 지표 관리와 맞물린 운영 판단의 하나로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추적 관찰 환자의 위치가 제도적으로 재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도 아니고, 일차 의료에서 관리 가능한 단순 경증 환자도 아니다. 과거 중증 질환 이력이 있거나 향후 중증 질환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어 상급 병원에서 장기간 관리해 온 환자들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 전달체계는 이 환자군을 독립적인 관리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은 중증 환자 중심 체계에서는 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지역 의료 체계에서는 관리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남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계되지 않은 회송, 관리 공백으로 이어져
상급 병원에서 하위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회송 제도는 제도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 관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연계형 회송’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송은 법적으로 진료 의뢰의 한 형태로 규정돼 있으며, 현행 제도상 상급 병원이 회송 이후 환자 관리에 추가로 개입하도록 하는 명시적 의무는 없다.
하위 의료기관 역시 상급 병원과 관리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아, 회송 환자를 기존 진료 맥락을 전제로 한 추적 관찰 대상이라기보다 신규 환자로 진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원은 의료기관 간 ‘연결’이라기보다, 이후 관리에 관한 판단과 부담이 오롯이 환자에게 남겨지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부는 회송 환자의 재진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나 해당 제도는 주로 급성 악화나 재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정기적 추적 관찰의 연속성을 충분히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원 이후 일부 환자들은 회사 건강검진이나 일반 검진으로 기존 추적 관찰을 대체하려 하지만, 이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건강검진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체계로, 개별 환자의 장기 추적 관찰 맥락을 전제로 설계된 시스템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검진 과정에서 전달된 임상 정보가 최종 판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거나, 기존 경과와 무관하게 ‘의심’ 소견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증 환자 중심의 의료 전달체계 전환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적 관찰 환자 관리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전원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의료 체계 내에서의 ‘연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병원 이동 이전에 관리 기준과 이후 경로가 함께 제시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의료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