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쟁에…기업들 이유는 달라도 '처분' 행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쟁에…기업들 이유는 달라도 '처분' 행렬

르데스크 2026-01-12 18:51:14 신고

그간 주주환원 수단이자 경영권 방어 장치로 활용돼 온 자사주가 최근 들어 잇따라 '처분' 대상이 되면서 기업별로 서로 다른 판단과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자 기업들은 소각이 아닌 처분을 선택하며 각자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자사주를 둘러싼 제도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만 한정하고 지배력 강화나 우회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자사주 활용의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처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처분 목적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향후 제도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한 채 정책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명확한 목적 아래 정리해 재무·지배구조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더불어민주당과 중기중앙회가 공동 개최한 중소기업 입법과제 타운홀 미팅 현장. [사진=더불어민주당]

 

NICE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일부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처분 대상은 보통주 33만주로 발행주식 총수 대비 1% 미만 수준이다. NICE는 해당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이 아닌 사내근로복지기금 계좌로 직접 이체해 임직원 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유통주식 수 변동이나 주식가치 희석 효과는 사실상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를 '매각'이 아닌 '복지 재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주주 반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자사주 장기 보유에 따른 정책 부담도 덜어내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대웅의 경우 자사주 처분의 목적이 보다 전략적이다. 대웅은 체외진단검사 및 의료 IT 솔루션 기업 유투바이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인수 대금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자기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처분 물량은 보통주 약 56만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 수준이다. 대웅은 이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자사주 정리가 아니라, 자사주를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자사주 처분을 선택한 기업들의 배경은 제각각이다. 임직원 복지 강화, 전략적 투자, 재무 구조 정비 등 목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사주를 더 이상 '묵혀두기 어려운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향후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처분 움직임이 단순히 법안 대응 차원을 넘어 기업의 자본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향후 소각 시점과 방식, 주주총회 승인 여부, 이사회 책임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명확한 목적 아래 처분하는 것이 경영 판단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규정하려는 입법 흐름은 기업 회계와 재무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웅은 체외진단검사 및 의료 IT 솔루션 기업 유투바이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인수 대금의 일부를 현금이 아닌 자기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사진=대웅제약]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자사주 처분이 반드시 부정적인 신호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분명하지만 모든 기업에 동일한 방식의 주주환원을 강제하는 것이 자본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특히 성장 국면에 있는 기업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 상황과 기업 전략에 따라 매입·소각·처분을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주주 간 신뢰를 형성하는 구조다. 반면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자사주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주주 보호'와 '기업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 처분에 나선 기업들의 행보는 이러한 논쟁의 한복판에서 나온 현실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그 속도와 강도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전략에 따라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본격적인 입법 단계로 접어들수록 기업들의 선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는 더 이상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에 그치지 않고 기업 지배구조, 투자 전략, 복지 정책, 그리고 자본시장 신뢰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유는 달라도 자사주 처분에 나선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한국 자본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