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어떤 이름?'...한국 정당은 어쩌다 자주 당명을 바꾸게 됐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번엔 어떤 이름?'...한국 정당은 어쩌다 자주 당명을 바꾸게 됐나

BBC News 코리아 2026-01-12 18:36:42 신고

3줄요약
지난 2020년 3월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변경한 국민의힘 담당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의 백드롭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배경에는 '국민의 힘으로'라는 글씨가 보인다.
뉴스1
지난 2020년 3월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변경한 국민의힘 담당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의 백드롭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보수야당 '국민의힘'이 5년 5개월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당원 77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8.19%가 당명 변경에 찬성했다고 밝히며, 2월 안에 새 당명을 확정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개명'을 해 나타나게 됐다.

한국 정당사에서 이런 당명 변경은 선거 패배나 정권 교체, 쇄신 국면마다 반복돼 온 선택이었다. 한번 선택하면 좀처럼 이름을 바꾸지 않는 해외 국가 정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어떤 배경 속에서 탄생했고 어떤 맥락에서 변화해 왔을까.

보수 정당, 위기 때마다 간판을 갈다

보수 정당의 계보를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1980년대 초 전두환의 신군부 시기에 등장한 민주정의당을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신군부는 기존 집권 여당이던 민주공화당을 해체했고, 민주정의당은 새 집권 여당으로 자리 잡으며 이후 보수 정치의 주류 계보로 이어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진영은 급격한 재편을 겪었다. 민주정의당은 이른바 '3당 합당'(1990년)을 통해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 합쳐 민주자유당으로 바뀌었고, 처음으로 단일한 거대 여당 체제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합당에 반대한 세력은 분리돼 민주당으로 이어지며 이후 진보 진영의 한 축을 이뤘다.

1995년 민주자유당은 지방선거 참패와 전직 대통령 구속(노태우)이라는 위기 속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당내 갈등이 이어지면서 다시 재편이 추진됐고, 그 결과 1997년 한나라당이 출범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대선 패배와 '차떼기당' 논란(불법 대선자금이 차량을 통해 전달된 사실에서 비롯된 표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의 역풍 등 굵직한 위기를 겪었지만, 당명은 2012년까지 약 15년간 유지됐다. 보수 정당 가운데 비교적 오래 유지된 간판이었으나, 누적된 정치적 스캔들과 이미지 피로는 결국 또 한 번의 변화를 불러왔다.

2012년 이후 더욱 잦아진 당명 변경

2012년 2월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개명을 한다. 디도스 공격 연루 의혹과 전당대회 금품 살포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보수 정당 내부에서는 기존 당명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됐다.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당명과 로고, 상징색까지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전면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개명이 아니라 조직과 이미지를 동시에 재정비하려는 정치적 리브랜딩에 가까웠다.

새누리당은 이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며 일정 기간 정치적 성과를 냈지만, 당명 변경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자, 보수 정당은 4년여 만에 다시 한 번 당명 변경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했다. '자유'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 선택에는 탄핵 책임을 당 전체로부터 분리하고, 전통적 보수 가치를 재정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시기에도 당의 외연 확장은 쉽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 중심의 정치가 강화되면서 중도층 이탈이 이어졌고,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개편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은 통합을 택했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 등과 합쳐 이번엔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이때 강성 보수를 상징하던 빨간색에서 벗어나 분홍색 계열을 공식 색상으로 선택하며, 중도층을 겨냥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참패였다.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은 출범 불과 몇 달 만에 정치적 설득력을 잃었고, 당 내부에서는 다시 근본적 쇄신 논의가 시작됐다. 그 결과 같은 해 9월, 당명은 다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국민'을 전면에 내세우고, 보수 정당으로는 이례적으로 당명에서 '당' 자를 삭제했다. 이는 이념보다 포괄성과 생활 정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됐다. 2021년 국민의힘의 대통령 선거 후보자인 윤석열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등을 겪은 국민의힘 역시 출범 약 5년 만인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당명 개정 논의에 들어가며 보수 정당의 잦은 개명 흐름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2020년 2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두 분홍색 점퍼를 입고 있다.
뉴스1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고, 강성 보수를 상징하던 빨간색 대신 '분홍색'을 공식 색상으로 채택하며 중도 확장을 시도했다

진보 정당, 분열과 통합 속에서 계속된 개명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명 변경과 분열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방 이후 민주당으로 출발했던 민주당계 정당은 군사정권 시기를 거치며 신민당,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등 여러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시기 당명 변화는 새로운 이념 제시보다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합법적 정치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반복됐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출범한 새정치국민회의는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내세웠고, 1997년 대선 승리 이후, 2000년도를 맞아 '새천년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집권 이후 당 내부에서는 노선과 계파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표면화됐다. 이 갈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과정에서 분당으로 이어졌다. 새천년민주당 내 개혁 노선을 둘러싼 대립이 심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세력은 기존 당을 떠나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후에도 진보 진영의 간판 교체는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은 세력 약화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편됐고, 다시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세력 결집을 시도했다. 이 시기에는 선거를 전후로 분당과 통합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 반복됐다.

2015년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 남성이 팔을 높이 들어올려 당명을 바꾼 새정치민주연합 문패를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명을 바꾼 새정치민주연합 문패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은 외연 확장을 시도했고, 그 결과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이 사용됐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로 꾸려졌으며, '국민의 시대'를 기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출범 이후 연이은 재·보궐선거 패배가 이어지면서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내부 노선 차이도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안 전 대표는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여기서 남은 세력은 다시 더불어민주당(2015년)으로 당명을 변경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계열의 당명 변화 과정의 특징은 '민주'라는 단어가 일관되게 유지됐다는 점이다. 다만 당명은 유지되거나 반복됐지만, 내부 구성과 정치적 성격은 선거와 정권 교체, 분당과 통합을 거치며 수차례 변화해 왔다는 점에서, 명칭의 안정성이 곧 조직의 안정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 당명 변천사 그래프. 보수, 민주당 계열, 진보 계열 별로 바뀐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BBC

민주당 계열과 별도로 존재해 온 진보정당 계열 역시 당명 변경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통일사회당, 사회민주당, 민중당 등으로 출발한 진보정당은 이후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꾸며 제도권 진입을 시도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노선과 조직 갈등 속에서 진보신당, 통합진보당으로 재편됐고, 현재는 정의당(2012년)과 노동당(2013년)으로 나뉘어 계보를 잇고 있다. 진보정당 역시 통합과 분열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당명이 장기간 유지된 사례는 드물었다.

해외 정당 사례는?

한국 정당의 잦은 당명 변경은 주요 민주국가의 정당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민주당(Democratic Party)과 공화당(Republican Party)은 각각 1828년과 1854년 창당 이후 한 번도 당명을 바꾼 적이 없다. 민주당은 약 197년, 공화당은 약 171년 동안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노동당(Labour Party)은 1906년부터 약 120년 당명을 유지해 왔고,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은 1834년 공식 명칭 확정 이후 190년 가까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1955년 창당된 일본의 자유민주당 역시 분당과 합당, 정권 교체를 거쳤지만 당명은 유지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당 이름이 정권 운영의 성과와 실패가 함께 축적되는 하나의 연속된 단위로 작동해 왔다. 선거 결과나 정치적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당명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지도부 교체나 노선 조정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한국 정치에서는 다른 양상이 반복돼 왔다. 선거 패배나 정권 교체, 정치적 위기가 이어질 때마다 정당 이름을 다시 정리하고 새 간판을 내거는 선택이 이어져 왔다. 당명 변경은 한국 정당 정치에서 위기 국면을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 아르빈 수프리야디 (BBC 동아시아 비주얼 저널리즘 팀)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