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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예고했던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발표가 1년 넘게 미뤄지면서,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종합계획에 담기기로 했던 우선 지하화 대상 노선과 단계별 추진 구상이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주민과 지자체 모두 불확실성 속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가좌역 인근 철길 주변은 여전히 높은 방음벽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고, 철도 옆으로는 노후 주택과 소규모 상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철도 지하화를 가장 반겼던 건 상인들보다 소음과 진동을 감내해온 주민들이었다. 가좌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1년 전쯤부터 철길이 없어질 수 있다는 얘기에 동네 분위기가 달아올랐지만, 지금은 그 얘기가 쏙 들어갔다”며 “어디를 언제 지하화하는지조차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우선 노선·민간 참여 등 종합계획 발표 불투명
12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2024년 12월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5년 내 종합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철도지하화라는 목표만 제시됐을 뿐 이 로드맵이 발표돼야 실제로 지하하화 될 우선 노선, 재원조달 방법,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역할 분담 등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종합계획 발표 없이 해를 넘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사업 대상이 될 노선과 기술적인 쟁점들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이전에 하지 않었던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다보니 고려할 부분이 굉장히 많고 복잡한 상황”이라며 “시간에 쫓겨 발표하기 보단 조금 더 충실하게 검토를 진행하고 발표를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종합계획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를 포함한 16개 지자체에서 방대한 규모의 노선 지하화 계획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철도지하화는 상부개발을 통한 사업비 회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노선별 타당성을 살펴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또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단순히 사업성만을 고려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자체와 업계에서는 우선 지하화 가능성이 큰 노선에 대한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울에서는 △경의중앙선 가좌-수색 구간 △경부선 서울 도심 통과 구간 △경원선 일부 구간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이들 구간은 공통적으로 지상 철도로 인한 생활권 단절이 크고, 상부 개발을 통한 사업비 회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에서는 △경부선 안양·군포 구간 △경인선 일부 노후 구간 등이 지자체 제안 노선으로 언급됐다. 실제로 안양시와 군포시는 지난해 말 추진 방안 발표 직후 역세권 복합개발 구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 수익배분 갈등에 정치적 쟁점 소모 우려도 확산
연내 발표 예정인 종합계획에서 우선 노선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물밑 신경전도 지속하는 분위기다.
종합계획 논의가 장기화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상부 개발 이익의 귀속 문제가 꼽힌다. 특히 개발 수익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을 둘러싸고, 국토부와 서울시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서울시는 지하화에 따른 재정 부담과 도시 인프라 개선 효과를 고려할 때, 서울 내 철도 지하화로 발생한 상부 개발 이익은 서울시 내에서 우선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철도 부지가 국유지라는 점을 들어, 특정 지자체에 개발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는 법·제도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계획이 지연되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개발 기대만 커진 상태에서, 이전·보상·도시계획 변경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종합계획 발표가 더 늦어질 경우, 철도 지하화 사업 자체가 정치적 쟁점으로 소모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체성 없는 공약 경쟁으로 변질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의지가 강하면서도 사업성이 나는 곳들은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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