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거래 침체에 빠져 있던 위례신도시 집값이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연말 위례 트램 개통을 앞두고 교통망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례신도시 매물을 찾는 수요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는 불과 수개월 만에 거래가격이 1억원 안팎으로 뛰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급등 기대보다는 실거주 만족도와 중장기 개발 여건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향후 집값을 점치는 분위기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그간 강남권 직장인들의 베드타운 역할과 함께 비교적 우수한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교육 이주 수요가 꾸준히 유입돼 온 지역이다. 대규모 공원과 상업시설, 신도시형 주거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살기 좋은 동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도 각종 개발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모든 사업이 마무리될 경우 지역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2021년 이후 거래 부진했던 위례, 발목 잡은 건 '교통'…달라지는 이동 환경
위례신도시는 2기 신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거여동과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 등 세 지역에 걸쳐 조성된 신도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 집값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로 꼽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고점을 찍은 뒤 이후 약 4년간 약세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전반의 집값이 회복세를 보였을 당시에도 위례신도시 일대는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입지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로는 교통 여건이 꼽힌다. 위례신도시 내에는 수도권지하철 8호선이 지나가지만 서울 도심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철 노선이 부족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자가용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주거 환경과 생활 인프라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실수요 유입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들어 위례신도시를 둘러싼 교통 환경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호재는 위례 트램·위례신사선 사업이다. 2023년 4월 착공에 들어간 위례 트램은 1968년 이후 57년 만에 서울에 다시 도입되는 노면전차로 상징성과 함께 교통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천역에서 복정역·남위례역을 잇는 총 연장 5.4㎞, 12개 정거장 규모로 조성되며 2026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위례신도시 곳곳에서는 트램 개통을 위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중에서도 위례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교통사업은 위례신사선이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을 연결하는 광역철도로 총 연장 14.8㎞에 11개 역으로 구성된다. 개통 시 위례에서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해당 사업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2008년 최초 검토 이후 17년째 지연돼 왔으며, 지난해 민자 방식이 폐기된 뒤 재정사업으로 전환됐다. 현재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 호재 외에도 대형 개발 사업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11월 위례 도시지원시설용지 2부지에서는 '포스코 글로벌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해당 센터는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연구·지원 인력이 입주해 수도권 핵심 거점이자 R&D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올해 본격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남시는 완공 시 약 3300명의 고용 창출과 향후 10년간 약 16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달 만에 7500만원 올랐다…상권·학군 효과에 신고가 속출 위례 집값 '상승세'
교통 호재와 대형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최근 아파트 실거래가도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교통 호재가 본격화되기 전 기대감과 실제 가격 상승 요인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위례신도시의 상권은 크게 트랜짓몰, 위례중앙광장, 우남역 인근으로 구분된다. 트램 노선이 깔리고 있는 트랜짓몰은 위례신도시의 중심 상권으로 약 1.2㎞ 길이의 유럽형 스트리트 상가로 조성돼 있으며 보행자 전용구간으로 설계돼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스타필드 시티 위례를 비롯해 대형 유통시설이 입점해 있어 생활 편의성이 뛰어나며 위례중앙타워와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부동산 투자 앱 리치고에 따르면 트랜짓몰, 위례중앙광장 부근에 있는 학원가는 각각 106개, 179개씩 형성돼 있다. 위례신도시 내에 있는 중학교들 역시 우수한 진학률을 자랑했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송래중학교는 전국 상위 5%의 1.1등급 학교로 송파구 내에서 잠실중학교, 잠신중학교 등에 이어 7번째로 높은 과고·외고·자사고 진학률(13.4%)를 기록했다.
이처럼 우수한 상권과 학군을 기반으로 해서 위례신도시 내에 있는 아파트 가격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송파꿈에그린위례24단지아파트' 전용 84㎡ 매물이 지난해 12월 21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성남시 수정구 '위례센트럴자이아파트' 동일 평형은 지난해 10월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대형 평수 역시 마찬가지다. 하남시에 위치한 '위례센트로엘' 아파트 전용면적 98㎡ 매물은 지난 12월 초 1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 전에 동일 매물이 18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850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주민 한채영 씨(38·여)는 "위례는 공원이나 아이들 학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살기에는 정말 좋은 동네지만 지하철역이 동네 외곽에 위치해 있어 직장인 입장에서 교통 편의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트램이 개통되면 서울 시내로의 이동은 분명히 편리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만큼 집값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역 공인중개사들 역시 최근 집값 상승의 배경을 교통 호재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위례신도시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이 일대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트램이나 위례신사선 개통 기대감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가격 상승은 오히려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전반적인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례신도시는 그동안 '살기 좋은 동네'라는 이미지는 이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내재돼 있었지만 교통 편의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던 만큼 가격 상승 폭도 인근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며 "곧 개통을 앞두고 있는 트램과 위례신사선이 들어올 경우 편의가 높아지게 되면서 아파트 가격은 지금보다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의 경우 워낙 변수가 많은 시장인만큼 가격이 상승한다고 무조건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요인들이 최근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유정석 단국대 부동산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위례신도시는 입지에 비해 교통 여건이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고 이것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위례 부동산 가격에 교통 편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이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점차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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