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선생님, 그럼 다음 주에도 만나요?”
영등포의 한 카페 앞, 멘토링을 마치고 헤어지던 날 한 이주배경아동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그 질문에는 이 관계를 계속 기대해도 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영등포구는 서울시 안에서도 외국인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법무부의 ‘이민 행정 빅데이터 분석·시각화’ 서비스에 따르면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4만 8천 명이 넘으며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학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한 학급에서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70%를 넘고, 한국인 학생이 소수에 불과한 교실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육 환경이 이미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주배경아동들이 학습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은 한국어가 충분히 익숙해지기 전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교과서와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데 부담을 느낀다. 발표나 숙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좌절을 겪으며 스스로를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받아들이게 되기 쉽다.
정서와 관계 어려움도 이주배경아동에게 크게 다가온다. 언어와 문화, 외모의 차이로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며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학교와 가정, 사회의 경계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고민하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초록우산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학습 멘토링’과 ‘정서지원 모두누리 멘토링’은 이러한 이주배경아동의 복합적 어려움을 지원한다. 단순한 학습 보충이나 체험 활동을 넘어 아이 한 명에게 어른 한 명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멘토링의 핵심 목표다.
먼저, 학습 멘토링은 주 1회 복지관에서 이주배경아동이 멘토와 직접 만나 진행하며, 한국어 이해를 바탕으로 교과 학습과 과제를 함께 살펴보고 아동이 어느 부분에서 막히는지 하나씩 짚어간다. 아동의 속도에 맞춰 설명을 반복하고 작은 성취라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초점이다.
2025년 7월, 초록우산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주배경아동이 학습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모두누리 멘토링은 아동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멘토는 서두르지 않고 아동의 선택과 말을 기다리며 활동을 함께 정하고, 다소 어색하고 망설이던 아동도 월 2회 멘토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어느 순간에는 먼저 하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하게 된다. 영화 관람이나 보드게임, 문화체험 등을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아동은 긴장을 내려놓고 하루의 경험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2025년 7월, 초록우산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주배경아동이 정서지원 모두누리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초록우산
일례로, 약 3년 전 아버지와 단둘이 귀화한 황정현(가명)양은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장시간 근무해야 해서, 가정 내에서 충분한 의사소통과 정서적 교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현이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학교에서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정서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멘토링 참여를 통해, 한국어는 단어 수준의 제한된 표현에서 점차 문장 단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도 자주 관찰되었다. 정서적 영역에서도 문화적응 스트레스 척도 점수가 4.1점에서 3.0점으로 감소하여,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의 심리적 부담감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멘토에게 “저도 대학에 가서 언니처럼 지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처음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지원은 단기적인 프로그램이나 일회성 체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적 개입과 더불어, 아이의 상황과 속도에 맞춰 마음을 살피고 관계를 이어가는 정서적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아동의 한국어 수준과 학교 적응 정도, 가정환경이 각각 다른 만큼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맞춤형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사회는 멘토링을 단순한 활동이 아닌 학습과 정서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기본적 돌봄 체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학교, 복지관, 지역사회 자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아동의 개별적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관계망을 형성할 때, 멘토링은 일시적 개입을 넘어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춘 지속가능한 지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다음 주에도 만나요?”라는 질문이 아동이 느끼는 불안의 표현이 아닌 자연스러운 약속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동 곁에 머무는 어른의 자리가 조금씩 늘어날 때 이주배경아동은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3월, 초록우산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멘토링 발대식에 참석한 멘토, 멘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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