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디즈니가 마침내 ‘원작 파괴’ 논란의 고리를 끊고 ‘클래식으로의 회귀’를 택했다. 연이은 실사 영화의 흥행 부진과 과도한 PC주의(정치적 올바름) 추구에 따른 피로감을 의식한 듯, 실사화되는 ‘라푼젤’의 캐스팅에서 변화된 기류를 드러냈다.
디즈니는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2011)을 실사화하는 영화 ‘라푼젤’ 타이틀롤에 2004년생 호주 출신 배우 티건 크로프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남자 주인공 플린 라이더 역에는 미국 출신 배우 마일로 맨하임이 확정됐다.
‘라푼젤’ 실사판은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글로벌 팬들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간 디즈니가 실사화 과정에서 인종에 구애받지 않는 파격적인 캐스팅을 선보여왔기에 ‘리사표 라푼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디즈니의 최종 선택은 원작의 금발과 흰 피부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신예 백인 배우’로 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최근 ‘백설공주’ 사태를 통해 얻은 뼈아픈 교훈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주연으로 발탁하며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 속에 참담한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백설공주’의 제작비는 2억 7000만 달러(3700억 원)에 달했으나, 글로벌 수익은 2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는 흑인 배우 캐스팅 논란을 빚었던 2023년작 ‘인어공주’(5억 7000만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외신들은 ‘백설공주’의 글로벌 손실액이 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지난해 최대 실패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록적인 적자는 디즈니에 단순한 금전적 손실 이상의 ‘경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다양성이라는 명목 아래 추진된 무리한 설정보다 원작이 지닌 고유의 매력과 환상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들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는 평가다. 북미 주요 매체들 역시 “디즈니가 ‘라푼젤’을 통해 지나친 PC주의보다 원작에 대한 존중과 대중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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