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 '백척간두'에서 던진 질문 "인간과 만물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소설가 황석영, '백척간두'에서 던진 질문 "인간과 만물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뉴스컬처 2026-01-11 15:52:47 신고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한국 문학의 거목 황석영 작가가 신작 소설 『할매』로 독자들 앞에 섰다. 지난 10일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문예북흥’ 행사에서 그는 이번 작품이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과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서사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60여년의 필력을 쌓아온 노작가가 만년의 위기를 뚫고 도달한 지점은 어디일까.

10일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문예북흥' 행사에서 황석영 작가가 그의 삶과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10일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문예북흥' 행사에서 황석영 작가가 그의 삶과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소설 『할매』의 탄생 배경에는 작가의 군산 생활이 자리잡고 있다. 황석영 작가는 자전적 기록인 『수인』을 집필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에 '간과 쓸개가 빠져나간 듯한' 허탈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익산의 원불교 레지던시를 거쳐 군산에 정착한 그는 그곳에서 운명처럼 문정현 신부와 재회했다.

미군 기지 확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라 갯벌, 그리고 그 터를 홀로 지키고 있는 600년 된 팽나무 '할매'. 작가는 이 나무를 보며 집필을 결심했다. 이 소설은 3~4년 전부터 구상을 시작했으나 팬데믹 기간과 여러 사회적 이슈를 거쳐 작년 말에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됐다.

◇ 군산의 팽나무 '할매' 아래서 시작... 역사 너머 생태적 순환의 서사

황석영은 이번 소설의 구성 원리를 '불교적 생태학'과 '연기(緣起)'로 설명한다. 11개의 장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은 인간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황석영 작가는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의 관계"를 21세기의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불교의 인드라망처럼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관이다.

황석영 작가는 신작 『할매』의 서사 구조에 대해
황석영 작가는 신작 『할매』의 서사 구조에 대해 "역사 기록이라기보다 생태적 순환의 과정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컬처

이 소설은 단순한 생태 기록이 아니다. 갯벌에서 죽은 몽각의 시신을 칠게들이 먹고, 그 생명력이 다시 다른 존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카르마(업)의 전이'를 보여준다. 황석영 작가는 "600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개념일 뿐, 나무와 파도에게는 영원한 변화의 과정"이라며 인간 또한 장엄한 순환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그에게 『할매』는 '돌파구'였다. 거대 서사와 리얼리즘의 대가로 불려온 그가 자연과 비인간 존재로 시각을 확장하며 작가적 도전을 꾀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죽을 때까지 쓰겠다는 의지가 이 작품을 통해 뚫고 나왔다"고 했다. 소설 분량의 40% 이상을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서사로 채운 것도 그에게 도전이었다.

◇ '백척간두 진일보'... 만년 작가의 다음 작품은, 무명의 개인으로 돌아간 '홍범도'

"만년 예술은 위기입니다. 동어반복에 머물면 원로로 박제되지만,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떨어지거나 새로운 가지를 붙잡게 되죠. 예술은 끊임없이 전위(아방가르드)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황석영 작가는 만년 작가의 위기를 끊임없는 아방가르드(전위)로 돌파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으로 말년의 '홍범도'에 대한 집필 계획도 밝혔다. 사진=뉴스컬처
황석영 작가는 만년 작가의 위기를 끊임없는 아방가르드(전위)로 돌파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으로 말년의 '홍범도'에 대한 집필 계획도 밝혔다. 사진=뉴스컬처

이날 대담 중에 황석영 작가는 '만년 예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80대에 접어든 노작가로서 그간의 성취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의 선택은 로맹 가리와 같은 거장들의 최후를 반면교사 삼아 일상의 탐구와 새로운 형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었다. 이번 소설에서 서사시를 쓰듯 음악적 리듬을 염두해 두고 서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 역시 이러한 '진일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황석영 작가는 차기작으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말년을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오동 전투의 영웅적 면모보다 카자흐스탄 극장의 수위로 일하며 청소하던 '무명의 노인'으로서의 3년에 집중할 예정이다. 작품의 제목도 이미 정해졌다. '어나더데이'다.

황석영 작가는 "계급장과 이력을 다 떼어낸 한 개인의 일상을 탐구하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21세기의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가 '일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대 담론을 지나 다시 '삶 그 자체'로 회귀하려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오는 5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현지 취재를 시작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