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의 서막을 연 1화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과학 기술을 접목한 '요리과학자(신동민 셰프)'의 사과 디저트였다. 하지만 심사 위원 안성재 셰프의 평가는 차가웠다. "생사과가 제일 맛있었다"며, 변화 없는 오래된 기술이 주는 임팩트의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설탕 공예와 분자 요리 기법을 총동원해 '사과 아닌 사과'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법이 현대 미식의 기준에서 혹평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리에 과학을 입히다, 분자 미식학의 탄생
'분자 요리'는 식재료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창조하는 조리법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1988년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와 프랑스의 화학자 에르베 티스에 의해 정립되었다.
이들은 "별의 온도는 측정하면서 수플레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모른다"는 의문을 시작으로, 요리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파고들었다. 액체 질소를 이용해 식재료를 순식간에 얼리거나, 알긴산나트륨으로 액체를 구슬 모양으로 만드는 '수비드', '에스푸마(거품)', '구형화' 등이 주요 기법이다. 이는 요리를 미학적 경지로 격상시킨 '실험실의 예술'이라 불린다.
전 세계를 뒤흔든 미식 혁명, '엘 불리'와 분자 요리의 황금기
분자 요리의 찬란한 전성기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와 셰프 페란 아드리아가 견인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엘 불리는 매년 수백만 명의 예약 대기자가 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식당'이자 미식의 성지로 군림했다.
페란 아드리아는 기존 요리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며 식재료를 거품, 가루, 젤리 형태로 재구성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맛'의 영역을 넘어 시각, 촉각,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퍼포먼스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 셰프들에게 창의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당시 분자 요리는 일반적인 조리법을 넘어 현대 미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거대한 혁명 그 자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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