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일하는 사람법’, 사용자 면책 위한 가짜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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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일하는 사람법’, 사용자 면책 위한 가짜 보호”

투데이신문 2026-01-09 17:17: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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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유현 인턴기자】정부가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기존 근로기준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를 포괄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 성희롱·괴롭힘 금지, 공정한 계약 체결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적 선언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 일터에서의 성희롱·괴롭힘 금지 및 피해자 불이익 조치 금지 △ 노무제공계약 체결 시 서면계약서 교부 의무 △ 사업자의 일방적 계약 변경·해지 제한 △ 보수의 전액·직접 지급 원칙  △ 권리 행사에 대한 불이익 처우 금지 △ 국가의 표준계약서 마련 및 사용 권장 △ 노동위원회 내 분쟁조정 기구 설치·운영 등이다. 

노동계는 법안에 명시된 사용자 의무에 대한 실효적 강제력이 부족하고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대신 별도 법을 제정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택배·이주·장애인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에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권 확대를 위해 활동해 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일하는 사람법이 노동권 보장보다는 오히려 권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과 제도가 포착하지 못한 노동 현실을 공론화하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 환경 개선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데이신문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에게 일하는 사람법을 둘러싼 평가와 문제의식, 대안과 향후 노동정책의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Q. 노동계 전반에서는 일하는 사람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동계 입장이 단일하지는 않다. 법안 작업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에서는 법안을 지지하는 입장도 있다. 다만 다수 기류는 실망했다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일하는 사람법의 내용이 불충분해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권리 투쟁을 계속해 온 단위들에서는 이 법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이 법 자체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권 밖의 일들을 계속 묶어두려는 시스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Q. 이재명 정부의 일하는 사람법 이전에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보호법(이하 노동약자법)’이 있었다. 노동약자법과 일하는 사람법의 공통·차이점은 무엇이고, 두 법안 사이에 발전이 있었다고 보는가.

대표적인 공통점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보호하겠다는 논의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 있어 왔다. 정부가 바뀌어도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 자체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두 정부에서도 역시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노동법 밖에 두려는 유사한 맥락의 정책들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형식적인 차이점이라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별도 법률 하나만 나온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가지고 나왔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분쟁 발생시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것인데 그조차 실질적인 발전은 아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근로자로 추정하겠다는 방식이라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에서 배제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Q. 특히 일하는 사람법이 사용자 책임과 관련해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해준다면.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의무를 규정하고 위반 시 처벌로 준수를 강제한다. 반면 일하는 사람법에서 유일하게 거론된 제재는 위반 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수준에 그친다. 사업주에게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은 조문에서 통상 노동법이 사용하는 ‘사용자’ 대신 ‘사업자’라는 표현을 쓴다. 법이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종속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대등한 계약을 상정하고 있어 강제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Q.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대신 별도의 기본법을 만드는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크다. 노동계는 왜 이를 면책법에 가깝다고 보나.

출발점 자체가 문제다. 일하는 사람법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와 다른 별도의 범주를 설정한다. 이는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경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는 사용자가 법안 해석과 집행 단계에서 노동자를 계속 밀어낼 수 있게 만든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사용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별도 법이 있으면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노동법 밖으로 밀어내면서도 정부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는 마련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결국 근로기준법과 일하는 사람법이 병존하면서 노동법 밖의 노동자를 계속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구조화된다는 것이 노동계가 이를 ‘면책법’이라고 보는 핵심 이유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정문 앞 농성 사진. [사진제공=비정규직 이제그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정문 앞 농성 사진. [사진제공=비정규직 이제그만]

Q. 일하는 사람법이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노동자들이 이 법을 활용해 권리를 구제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명시된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외에는 실질적인 권리 실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생긴 후 기간제 고용이 당연해진 것처럼 이 법이 통과되고 5년에서 10년이 흐르면 프리랜서 계약이 당연한 사회가 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장시간 노동 제한, 주휴일 같은 기본적 보호 기준에서 밀려나는 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Q. 이외에도 노동계가 문제 삼는 쟁점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패키지로 제출된 근로자성 추정 조항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선전했던 것에 비해 근로감독 조항에 한 줄 추가하는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

숨어 있는 더 큰 쟁점은 근로감독 권한을 지자체와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법안 뒤쪽을 보면 노동부가 아닌 지자체, 공공기관, 심지어 민간 법인이나 개인에게까지 감독 권한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에는 노동 문제를 다룰 전문성과 시스템 자체가 부족한데, 이는 결국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지고 노동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다.

법 설계 자체가 노동권 보호보다는 지원 사업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도 문제다. 경력 증명, 재단 설립, 공제회 운영 같은 지원 중심 구조로 돼 있는데 이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노동3권을 동일하게 보장한다는 규정조차 어느 법에도 명시하지 않아 집단적 노동권 보장에 대한 선언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Q. 정부·여당은 ‘일하는 사람법’에 제기된 여러 비판에 대해 ‘새로운 노동 보호의 출발점’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호의 출발점이 아니라 기존 회피 구조의 반복일 뿐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을 노동법 밖에 두려는 정책들만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정부의 시각 자체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내 농성 사진. [사진제공=비정규직 이제그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내 농성 사진. [사진제공=비정규직 이제그만]

Q. 만약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향후 노동 정책이나 입법 방향에 어떤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묻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 기간제법이 생긴 후 기간제 고용이 당연시된 것처럼 일단 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고용 전략이 구조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기존 근로관계에서 몇 가지만 변화시키면 ‘일하는 사람’ 범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밖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하는 사람법이 불안정 고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장시간 노동 제한, 주휴일 같은 기본 보호 기준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노동자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보호 기준의 하향 평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Q. 노동계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별도의 기본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을 실질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여기에 더해 근로자성 추정 조항을 실질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안처럼 형식적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전통적인 노동자들과 다른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노동자 개념 정의만 바꾼다고 해서 바로 권리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그에 맞는 구체적인 보호를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의 정의 조항뿐만 아니라 나머지 내용들도 풍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노조법 관련해서도 노동자 개념 정의를 확장하고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비준된 지금도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노조 설립 허가가 노동부에서 한두 달씩 지연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외에도 노조법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으로 만드는 조항들이 너무 많아 전면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Q. 아울러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 속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와 관련해서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법이 기존 노동관계법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지.

노조법 개정 자체는 노동자들이 계속 요구해 온 것이다. 사용자 개념을 넓혀 하청 노동조합이이 단순 계약상 원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으로 교섭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노동3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형태로 가까워진 개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려 한다는 점이다. 교섭창구단일화는 대표 노조 하나만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 규모가 작은 소수 노조들은 협상 기회가 자체가 박탈되는 문제가 생긴다. 또 하청업체 노조들은 하청업체 사장과 교섭하려 해도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원청과 교섭하려면 또 다른 하청업체 노조들과 창구 단일화를 또 해야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되는 패널티다.

정부는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조차도 행정관청이 권리를 부여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시행령으로 다시 제약하는 것은 상위법에 반하는 문제다.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 ©투데이신문

Q. 마지막으로 국회와 정부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 논의되는 노동법 전반은 노동법의 기본 원리를 잊은 채 발의되고 있다. 노동하는 사람에게 권리를, 그 노동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데 그 책임을 계속 회피하려고 해온 과정이 지금의 결과다. 특히 사용자 책임을 제대로 지우지 않으려다 보니 권리라고 선언되는 것이 계속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노동자들의 현실만 계속 악화되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노동부 관료들에게서 나오는 법안들이 유사한 맥락인 것은 특수고용,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 자체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법의 원리가 살아나는 입법과 노동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이런 관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정부에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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