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환자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암 치료뿐 아니라 ‘수술 후 항문을 잃는 것’이다. 항문과 가까운 직장 하부에 암이 생기면 수술 과정에서 항문을 보존하기 어렵고, 보존하더라도 배변 조절 기능이 크게 떨어져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만으로 종양이 사라진 경우, 직장 절제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직장암 다학제팀(방사선종양학과 이혜빈, 외과 김형욱·김흥대, 혈액종양내과 구동회 교수)은 최근 국제학술지 ‘암 연구 및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비수술적 치료 전략의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직장암 환자 중, 영상 검사와 내시경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임상적 완전 관해’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수술 대신 ‘비수술적 치료 전략(Watch-and-Wait)’을 적용했다. 이들에게는 4개월간의 보조 항암 요법을 추가하며 면밀히 경과를 지켜봤다.
그 결과, 연구기간 중 참여 환자 17명 전원이 생존해 4년 전체 생존율 100%를 기록했다. 또 암이 다시 자라나지 않는 4년 무재발 생존율 역시 77.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수술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없이도 안전한 상태인지를 정밀하게 판단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혈액종양내과 구동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고령인 환자들에게 수술 없이도 우수한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비수술적 치료가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외과 김흥대 교수는 “성공적인 비수술 치료를 위해서는 정밀한 다학제 평가와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라며 암이 다시 자라날 경우 즉시 수술로 전환할 수 있는 의료진의 기민한 대응이 성공의 열쇠임을 덧붙였다.
그동안 직장암 치료의 표준은 수술이었다. 하지만 배변 기능을 잃고 장루(인공항문)를 단 채 살아가는 삶은 환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단순히 ‘종양 제거’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 보존’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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