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이은 해킹 사태로 '통신 보안에 힘쓰겠다'고 밝힌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보안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 위약금 면제 기간을 틈타 '가입자 뺏기'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소비자 안전을 위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T와 LG유플러스는 KT 위약금 면제 기간에 맞춰 판매장려금을 대폭 상향했다. 갤럭시S26 등 신작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 재고를 소진하는 통상적 마케팅 시즌이지만 올해는 경쟁사 위기를 틈타 평년보다 과도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갤럭시S25, 아이폰17 등 구매 시 평균 10~20만원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이번 1분기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 집행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적인 재고 소진 시즌이지만 KT 위약금 면제 이슈가 겹치며 경쟁 강도가 세졌다"며 "회계상으로는 비용이 분산되겠지만 단통법 폐지 이슈 등과 맞물려 통신사가 실제로 쓰는 연간 마케팅 규모는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통신 3사의 우선순위다. 지난해 해킹 사태 후 통신 3사는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총 2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 3사가 연평균 4800억원을 보안에 쓰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 등 마케팅에 쓰는 비용은 연간 약 8조원 수준이다. 실제 통신 3사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합산 판매장려금은 약 7조원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마케팅 경쟁이 장기적으로 통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킹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보안 투자 대신 위약금 면제와 보조금을 앞세운 가입자 경쟁이 반복될 경우 통신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구조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해킹 사태를 이용해 고객을 뺏는 행위 자체도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현재의 마케팅 비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라며 "당장 소비자가 싸게 산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비용이 요금제 포함되는 '조삼모사'식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통신사의 투자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통신사는 개인정보의 종착점 역할을 하는 만큼 AI 투자 못지않게 보안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며 "단순한 설루션 도입을 넘어, 조직 전체의 운영 체제와 인적 보안 수준을 높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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