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AI 전문기업 큐에이아이(QAI)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양자-AI 하이브리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소나 대학 실험실에 머물던 양자컴퓨터가 민간 비즈니스 영역으로 본격 진입하는 사례다.
QAI는 국내 유일의 풀스택 양자기술 기업 SDT와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20큐비트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KREO SC-20’을 상업용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8일 밝혔다. 양자컴퓨터를 연구 목적이 아닌 실제 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도입한 것은 국내 최초다.
해당 시스템은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QAI의 AI 데이터센터에 구축된다. QAI는 데이터센터 전문기업 DCP와 협력해 인프라 설치를 마무리하고, 2026년 1분기부터 상업용 양자-AI 하이브리드 컴퓨팅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개시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현재 AI 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AI 시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GPU 인프라를 선점하며 사실상 진입 장벽을 구축한 상태다. 국내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에 나서기에는 자본과 물량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QAI는 이 구조를 정면 돌파하기보다 다른 경로를 택했다. CPU와 GPU 중심의 기존 데이터센터 구조에 양자 처리 장치(QPU)를 결합하는 ‘양자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특정 최적화 문제나 시뮬레이션 영역에서 양자컴퓨터의 장점을 활용해 계산 효율을 높이고, 전체 인프라 비용과 전력 소모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QAI는 여기에 국산 NPU까지 더한 ‘CPU-GPU-NPU-QPU’ 4중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단순 성능 경쟁이 아닌, 에너지 효율과 비용 구조까지 고려한 데이터센터 설계로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시스템에는 SDT의 양자컴퓨팅 풀스택 기술이 적용된다. 핵심 장비인 KREO SC-20을 비롯해 초저지연 하이브리드 퀀텀 클라우드 솔루션 ‘큐브스택(QubeStack)’, 액침 냉각 시스템 ‘아쿠아랙(AquaRack)’ 등이 포함됐다. 고전 연산 영역에는 NVIDIA DGX B200 GPU 서버가 결합된다.
큐브스택은 양자컴퓨터와 GPU 서버를 초저지연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솔루션이다. 데이터 전처리와 제어는 GPU가 담당하고, 핵심 계산은 QPU가 수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QAI는 이 방식이 화학 시뮬레이션,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 물류 경로 계산 등 산업 현장의 계산 집약적 문제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20큐비트급 양자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QAI 역시 범용 계산을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문제에 한정된 하이브리드 활용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QAI는 이번 1호 센터 구축을 시작으로 양자 컴퓨팅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2026년 1분기에는 웹 기반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식 오픈한다. 기업들은 별도 장비 구축 없이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 알고리즘 테스트와 실무 적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서울 도심 내 2호 양자 하이브리드 AI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도 준비 중이다. 강남 청담동 1호 센터에 이어 서울 주요 도심과 지방 거점 도시로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외곽 센터 중심의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접근성을 앞세운 도심형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윤지원 SDT 대표는 “양자 컴퓨팅이 산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인프라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AI 슈퍼컴퓨팅 역량을 갖춘 QAI와의 협력은 국내 양자 인프라 생태계 확장에 의미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임세만 QAI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양자 기술과 NPU를 개발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수요처가 없으면 산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QAI는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실제 업무 성과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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