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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D램·낸드 몸값 ‘천정부지’…스마트폰 가격 압박 심화
5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 등 주요 IT 기기의 평균 판매가가 전년 대비 최대 20%가량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3월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를 두고 가격 동결 관측도 있지만, 핵심 부품값 상승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동결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가장 큰 배경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급증한 AI 수요에 대응해 HBM과 서버용 DDR5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이 줄었다. 이로 인한 공급난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부담이 스마트폰 제조 원가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맥쿼리의 다니엘 김 연구원은 “전반적인 공급 부족 현상으로 구매자들이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메모리를 확보하기 힘들어 시장이 혼란스럽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초 갤럭시 S25 출시 당시에도 원가 상승 압박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메모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AP 가격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 S25 울트라 기준 모바일 AP 비용은 최근 3년간 29% 상승한 반면, 메모리 비용은 24% 하락했다. 그럼에도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본부장은 가격 동결에 대해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메모리 가격 자체가 급등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대표적 모바일 D램인 96Gb LPDDR5 가격은 2025년 4분기에 1분기 대비 70% 이상 올랐고, 스마트폰용 낸드 메모리 가격은 100% 상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2분기까지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이 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AP 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까지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커졌다는 의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울트라 모델을 제외한 일부 갤럭시 S26 라인업에 삼성 자체 칩셋 ‘엑시노스 2600’을 혼용 탑재하더라도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 원가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성능 AI 구현 위해 ‘고용량’ 필수…애플·중국폰도 인상 가닥
가격 동결을 위해 사양을 낮추는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 갤럭시 S26의 핵심 경쟁력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에 있어서다. 원활한 온디바이스 AI 구동을 위해서는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탑재가 필수적이다. 실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15% 수준에서 최근 20%를 넘어섰다. 반면 성능을 유지하며 가격을 동결하면 이미 3년 연속 가격 동결로 누적된 수익성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가 압박은 제조사 공통의 문제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 17’ 일반 모델 가격은 동결했으나 프로 모델 가격은 100달러 인상했으며, 차기작 ‘아이폰 18’ 시리즈 역시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인사이더 등 외신은 애플의 A20 칩 가격이 전 세대 대비 80% 상승했으며, 메모리 비용 부담 또한 동일하게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가성비’를 내세우던 중국 제조사들도 백기를 들었다. 샤오미는 지난 10월 ‘레드미 K90’ 가격을 전작 대비 100위안(약 2만 원) 인상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 라인업임에도 가격을 올린 것은 그만큼 비용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 비보 ‘X300’ 시리즈(100~300위안 인상), 오포 ‘파인드X9’(200위안 인상) 등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막판까지 가격 정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스마트폰 최종 출고가는 발표 직전까지 변수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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