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하자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미 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군사 작전을 통해 한 나라의 정상을 체포하며 무단으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축출 사태는 이란과 북한 등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들은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유럽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었다. 아르헨티나와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국가 정부는 환영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도 여야의 입장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美, 마두로 전격 체포·압송…트럼프 "정권이양까지 베네수 통치"
미국은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미란다·아라과·라과이다주를 공습하고 대통령 안전가옥에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여 자국으로 압송했다.
이 과정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팀 대다수가 미군에 살해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경호 인력과 민간인들을 포함해 8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9월부터 마약 선박 단속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 병력을 투입하고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한편 본토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강하게 압박해왔는데 이날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대법원으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을 명령받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권한을 인정하겠다고 시사한 상태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과 다른 친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됐다.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4일 미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관한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가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향해 "마두로가 선택한 것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현재 향후 2∼3주, 2∼3개월 동안 벌어질 일과 어떻게 미국의 국가 이익과 연결 지을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전(마두로 때)보다 더 많은 협조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이 일이 베네수엘라의 사회·정치 전 분야에 걸쳐 역사적인 포괄적 전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더는 마약 밀매가 없어야 하며 이란·헤즈볼라의 존재도 용납할 수 없고, 석유 산업을 이용해 세계의 우리 적들을 부유하게 하는 일은 더는 안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와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마약 밀매 조직과 전쟁을 하는 것이지 베네수엘라와 전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체포 작전에 대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의회 승인이 필요한 행동이 아니었다. 몇시간 동안 진행된 매우 정밀한 작전이었다. 정보 유출은 절대 용납될 수 없었다"며 "이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기소된 마약 밀매범을 체포하기 위한 법 집행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美정치권 분열 "의회패싱 전쟁행위" VS "악당심판"
미 정치권에서는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벌인 것을 맹비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연방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마약 단속 작전이 아니었다. 전쟁 행위였다"며 "따라서 이는 군사 행동이었으며, 헌법에 따라 전쟁 선포 및 이와 관련한 행동을 승인할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다. 우리는 워싱턴DC로 돌아가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추가 군사 조처가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입법 조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마두로는 끔찍한 인물이지만, 우리는 불법을 또 다른 불법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독재자이자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것을 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오하이오) 의원은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에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며 이번 작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던 의원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악당을 법의 심판대로 끌고 왔다"며 마두로 체포를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로 규정했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톰 코튼(아칸소) 의원 역시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친미적이고,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우리의 뒷마당에서의 안정과 질서, 번영에 기여할 미래 베네수엘라 정부"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베네수 국민 의사 존중돼야…대화 통한 안정 희망"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4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 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외교적 민감성을 의식한 듯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현지 교민 보호와 철수계획을 면밀하게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오늘 오후 이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폭발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외교부 등 관계 당국에 철저한 교민 보호와 상황 악화에 대비한 치밀한 철수 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필요시 이러한 계획이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오늘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외교부는 사태 발생 후 즉시 재외국민보호대책반을 가동하고 현지공관과 함께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총장·중국·러시아 "국제법 위반"
미국 법무부 등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마약 밀매 관련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임을 강조하며 이번 군사작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3국(미국)이 유엔 회원국(베네수엘라) 정상을 그 나라(베네수엘라)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해외 이송한 행위는 주권 존중과 영토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최근의 긴장 고조를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런 전개는 위험한 전례가 된다"면서 "사무총장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두가 완전히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무총장은 국제법의 규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 내 모든 행위자가 인권과 법치주의를 완전히 준수하며 포용적인 대화에 관여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깊은 충격"이라면서 "미국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고,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데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미국에 의한 패권적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이번 공격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우리는 미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주권과 타국 안보 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의 우방인 러시아는 3일 성명에서 미국을 강하게 규탄하며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오늘 아침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무력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는 깊은 우려와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규탄했다.
외무부는 미국이 이번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구실에는 설득력이 없다면서 "이념적 적대감이 사업적 실용주의뿐 아니라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관계 구축 의지를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추가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서로 불만을 가진 모든 파트너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아야 하며 우리는 이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베네수엘라가 '파괴적 외부 간섭' 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연대, 베네수엘라의 국익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도부 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당국과 남미 국가 지도자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긴급 소집해달라는 촉구 성명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외무부는 추가 성명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체포돼 축출됐다는 보도에 우려를 표하며 "사실이라면 독립 국가 주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침해"라며 미국에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北 "美 불량배 본성…베네수 주권 난폭 유린" 이란 "유엔 헌정 위반"
베네수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북한과 이란은 보다 격렬한 반응을 내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베네수엘라에서 감행된 미국의 패권 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 침해로,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 영토완정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낙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 한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오래 동안 수없이 목격해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 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된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강권행사로 초래된 현 베네수엘라 사태의 엄중성을 이미 취약해진 지역정세에 부가될 불안정성 증대와의 연관 속에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지역 및 국제관계 구도의 정체성 보장에 파괴적인 후과를 미친 이번 베네수엘라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4일 오전에는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략적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 행사에 중요하고 효과 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며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 하마스도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은 국가 주권 및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번 공격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미국의 제국주의 목표와 불공정한 정책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5일 긴급회의…베네수 소집요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5일 긴급 회의를 연다.
베네수엘라의 회의 소집 요청을 이웃 나라 콜롬비아가 안보리에 전달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지지했다.
사무엘 몬카디 주유엔 베네수엘라 대사는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한 공화정 체제를 파괴하고, 세계 최대 규모로 매장된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을 약탈할 수 있는 꼭두각시 정부를 강요하기 위한 식민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미국이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헌장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 관계에서 어떤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이나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한다.
'신중모드' 유럽 "평화적 정권 이양 희망"…밀레이·네타냐후는 트럼프 찬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미국과 협상 중인 유럽에서는 '평화'와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오고 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EU는 거듭해서 마두로의 정당성 부족을 언급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옹호해 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국제법 및 유엔 헌장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자제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베네수엘라 국민 편에 서서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지지한다. 어떤 해법이든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X에 영국은 마두로 정권의 종식에 "눈물 흘리지 않는다"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희망하며 미국과 상황 전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X에서 "우크라이나는 독재, 억압, 인권침해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국가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해왔다"며 "마두로 정권은 모든 면에서 이러한 원칙을 위반해왔다"고 지적했다.
중남미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스페인은 긴장 완화와 자제를 촉구하며, 협상을 통한 평화적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에 "스페인은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국제법을 위반하고 지역을 불확실성과 적대감의 위기로 몰아넣는 미국의 개입 또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지도자들도 미국의 조치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소식이 전해진 새벽 X에 "자유가 전진한다! 자유 만세!"라고 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X에 "(트럼프)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위한 당신의 용감하고 역사적인 리더십을 축하한다"며 "당신의 단호한 결의와 용감한 군인들의 훌륭한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 정부는 외부 군사 행동이 전제주의 정권을 종식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마약 밀거래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국가 기관과 같이, 자국 안보에 대한 하이브리드 공격에 맞선 방어적 개입은 정당하다고 여긴다"고 밝혔다.
가디언·BBC·NYT 등 "초강대국이 불량국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외신들은 대체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마두로 생포에 대한 가디언의 견해: 트럼프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을 불량국가로 만들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을 세계의 "경찰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불량 국가"로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무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대가만 치르고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라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문제를 마두로 축출 명분으로 대고 있으나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며, 석유의 유혹, 마초스러운 힘의 과시, 그리고 국내 인기가 하락하는 와중에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본인도 명확히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전 세계적 반응, 특히 유럽의 반응은 명예스러운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의 죄악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의 무모한 베네수엘라 개입"이라는 제목으로 논설위원회 명의의 사설을 실었다.
FT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 석유회사들이 "들어가서"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을 인수토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트럼프 집권 하에서 미국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신경하고 이기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준다고 사설에서 평가했다.
정치학자인 라한 메논 미국 뉴욕시립대 명예교수는 가디언에 실은 칼럼에서 베네수엘라에 마약조직과 권위주의 통치 등 많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트럼프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의 주장들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두로 납치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됐고 이번 성공에 도취한 트럼프가 현재 전국적 소요가 일어나고 있는 이란에도 개입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두 가지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꼽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출입기자인 데이비드 생어와 타일러 페이저가 집필한 분석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선언은 미국이 인구가 약 3천만명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지배권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이 "위험한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와 자원을 강탈하던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시대로 되돌려 놓았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논설위원회 명의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운영'에 대해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그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 윤리적·법적 비판은 하지 않았다.
WSJ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운영을 담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그 탓에 베네수엘라 정권을 설득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정책에서 현실주의(법이나 도덕보다 국익을 위한 힘의 논리가 국제사회의 작동 원리라는 시각)를 말하고 있으나 만약 마두로 2.0이 6개월간 (미국에) 반항하며 권력을 유지한다면 그의 부하들에 의존한다는 도박은 별로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與 "베네수엘라 교민 안전·지원 위해 정부와 총력 대응"
국내 정치권의 입장도 여야가 갈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베네수엘라 비상 상황에 따른 교민의 안전과 지원을 위해 정부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상황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부는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교민 보호와 지원 대책을 더욱 촘촘히 마련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교민의 안전 확보는 물론 필요 시 신속한 철수를 위한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어떤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정부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며 "아울러 국제사회에도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공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美 베네수엘라 공습에 "명백한 침략행위"
조국혁신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 사태를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어긴 명백한 침략행위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은 3일 긴급 논평을 통해 "트럼프 정부가 한밤중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국외로 압송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주권국가의 리더가 자국 영토 안에서, 미국 특수부대원들에 의해서 강제로 축출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일방적 관세 부과와 투자 갈취로 약탈적 제국주의 국가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제는 군사공격까지도 감행하는 무법의 깡패국가가 됐다"고 했다.
또 "마두로는 12년이나 장기 집권하며 비민주적 행태를 자행하고 나라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면서도 "마약이나 테러의 우두머리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이 쳐들어가서 국가의 원수를 체포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사에서 피스메이커가 되겠다고 약속했고, 세계의 전쟁들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며 "그러나 이번 행동으로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힘을 통한 평화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올 뿐"이라며 "미국은 당장 침략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힘 "베네수엘라 몰락, 남의 나라 얘기 아냐"
한동훈 "'깡패국가' 비난 경솔…국익 최우선 둬야"
국민의힘은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집권 이후 군을 동원한 반정부 시위 탄압과 무리한 국유화 정책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를 철저히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집권 당시보다 약 80% 감소했고, 6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라는 국가적 재앙으로 귀결됐다"며 "과도한 돈 풀기와 권력의 독주, 야권 탄압과 언론 압박이 일상화된다면 대한민국 역시 같은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현지 체류 한국인의 안전대책이 시급하다"며 "이처럼 중대한 위기 속에서 이재명 정권은 베네수엘라 내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군사작전 종료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소통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외교·안보 무능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 혼란 가능성에 대비해 안전 인력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자국민 보호에 소극적인 정부는 책임 있는 국가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과 지식인들은 백가쟁명으로 논쟁할 수 있지만, 정치인은 결국 냉정하게 국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일각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에선 '명백한 침략 행위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미국을 비난한다. 특히 조국혁신당은 미국을 '무법의 깡패국가'라고까지 하고 있다"며 "일부 인사들이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던 위선은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국익을 생각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미국의 마두로 체포 작전은 국제법상·윤리적으로 미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고, 국제사회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가 잔혹한 독재자였던 마두로의 편을 들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마두로 체포 이전부터 반미 감정을 적극적으로 선동해 온 정치인들은 자중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전두환 정권의 독재와 인권침해에 개입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로 미국을 '제국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던 이들이 이번 사태에선 '미국의 무도함'만을 외치며 격앙되는 모습은 모순적이다. 냉혹한 국제질서, 힘의 논리 속에서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마두로 체포 논리, 北 김정은에게 적용 가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적용된 이 논리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오랫동안 유사한 범죄 혐의를 제기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노동당 39호실을 통한 메스암페타민 및 아편 제조·수출 공모,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 그룹'을 통한 전 세계 금융기관 및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탈취, 미화 100달러 지폐를 정교하게 위조한 '슈퍼노트' 제작 및 유통,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VX 신경작용제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 혐의, 그리고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억류 및 고문 치사 혐의까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선례를 지켜보는 다른 강대국들의 오판이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법적 명분을 근거로 군사작전을 단행한 것을, 중국이 '분리주의 세력 진압'을 명분으로 대만에, 러시아가 '나치주의자 척결'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적용해도 된다는 신호로 오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외교·군사 자원이 중남미에 분산되는 동안, 인도·태평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 위기에 대비한 대한민국의 독자적 전략 판단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체류 교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국제사회에서 긴장완화의 원칙을 지지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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