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교육 현장에서 ‘아이디어 발굴’에 머물던 기존 방식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가 창업 교과목에 전자연구노트를 도입한 뒤 학생들의 공모전 수상 실적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간된 한국창업학회지(제20권 5호)에 실린 논문 「전자연구노트 활용 창업교육 운영 성과: 캡스톤디자인 수업 사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는 창업 교육 과정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연구노트 ‘구노(Goono)’를 적용한 뒤 학생들의 공모전 수상 건수가 기존 대비 2.4배 증가했다.
해당 연구는 결과물 제출에 집중돼 있던 창업 수업 구조를 바꾸는 실험으로 진행됐다. 아이디어 도출부터 수정, 검증, 피드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전자연구노트로 기록하게 하고, 교수자가 이를 수업 중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도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변화는 수치로 드러났다. 관련 교과목의 평균 공모전 수상 건수는 도입 이전 2.5건에서 6건으로 늘었다. 단순히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고 과정과 논리 전개를 지속적으로 정리·관리하도록 한 점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변화도 확인됐다. 수업 참여 학생들의 IP 보호 인식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4.6점을 기록했다. 교육 이후 일부 학생은 본인이 작성한 전자연구노트 기록을 근거로 특허 가출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창업 아이디어를 ‘권리화 가능한 자산’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의미다.
수업 만족도 역시 높았다. 동일 교과목에 대한 재수강 의향은 평균 4.88점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기록을 중심으로 한 교육 방식이 학습 부담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창업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대학 창업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묻는다. 그동안 많은 대학이 창업 아이디어의 참신성이나 결과물 완성도를 중심으로 교육과 평가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실제 창업 현장과 투자 시장에서는 아이디어가 형성된 과정, 검증 기록, 의사결정의 근거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청년 창업가일수록 아이디어 탈취 논란이나 권리 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연구에 활용된 구노와 같은 전자연구노트 솔루션은 수기 메모, 파일 업로드, 수정 이력까지 모두 시간 순으로 저장하며 법적 효력을 갖춘 데이터로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교수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파악하고 개입 시점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다만 모든 창업 교육에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기록 중심 수업이 형식적인 관리로 흐를 경우 오히려 학습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 목적에 맞는 설계와 운영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톨릭대학교 사례는 대학 창업 교육이 ‘아이디어 발상’ 중심에서 ‘과정 관리와 자산화’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으로 평가된다. 기록을 어떻게 남기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